법원 "증거인멸 염려 있다" 영장 발부
특검 시절 딸이 받은 11억,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추가
대장동 민간업자에게 8억→19억원 수수로 늘어
권순일 전 대법관 등 '50억 클럽' 수사 속도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아온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검찰의 두 번째 영장 청구 끝에 3일 구속됐다.
윤재남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 특검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등) 혐의와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심리한 뒤 11시 20분경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법원은 지난달 청구된 첫 구속영장은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으나 이번에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박 전 특검의 딸 박모씨가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받은 돈이 그의 구속 여부를 가른 결정타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첫 영장이 기각된 이후 딸 박모씨가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씨의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얻은 25억원의 성격 규명에 수사력을 모았다.
가족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 보강수사 끝에 박씨가 2019년 9월∼2021년 2월 다섯 차례에 걸쳐 대여금 명목으로 11억원을 받은 사실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했다.
검찰은 특별검사라는 공직자 신분이던 박 전 특검이 딸과 공모해 '50억 약속'의 일부로 11억원을 받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실제로 수수한 금전의 액수는 8억원에서 19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검찰은 기존 혐의를 보강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겸 의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과 부동산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8억원은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남욱씨에게서 받은 3억원, 같은 해 3∼4월 우리은행의 여신의향서를 발급해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받은 5억원으로 나뉜다.
검찰은 변협회장 선거를 도운 변호사들에게서 박 전 특검의 최측근 양재식 전 특검보를 통해 돈을 받았다는 진술과 관련 문자메시지 등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15년 김만배씨가 박 전 특검에게 5억원을 빌리며 작성한 '자금차용약정서'도 확보해 추가 증거로 제시했다.
약정서에는 '박 전 특검이 원할 경우 화천대유 주식 일부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통해 박 전 특검이 주식 배당금 형태로 5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세탁 통로'를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보강 수사 결과를 법원에서 받아들이면서 한때 '가장 성공한 특검'으로 불렸던 박 전 특검은 구속 피의자로 급전직하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으로 임명돼 국민적 주목을 받았던 그는 박근혜 정권의 실세였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30여명을 재판에 넘기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국민 특검'으로까지 불렸다.
검찰은 이날부터 구속 기한인 20일 내 박 전 특검을 상대로 대장동 일당의 청탁 전달 과정과 자금 흐름과 성격 등 혐의를 다지고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이날 구속영장 발부로 50억 클럽의 나머지 '멤버'인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