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ESG 공시 의무화 첫발..."ESG 인증 자격 중요해"

ESG 인증기관·인증인 적격성 확보 중요

선우희연 교수 "회계법인 인증효과 높아"

ESG 민간자격증 110개 난립...해외는 회계사회가 자격 부여

전규안 교수 "인가받은 인증제공자가 ESG 인증해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앞둔 가운데 ESG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계법인과 같은 적격한 인증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ESG 인증 자격제도를 도입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만 ESG 인증에 참여하도록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제4회 ESG 인증포럼 'ESG 인증인 적격성 확보 방안- 글로벌 ESG 인증제도 현황 및 시사점'을 개최했다.

전세계적으로 ESG 정보 공시·보고가 증가하면서 신뢰성 있는 ESG 정보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도 고품질의 인증이 ESG 정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핵심요소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지속가능성보고서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시작으로 2027년 자산 1조원 이상, 2029년 자산 5000억원 이상, 2030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대상이 확대된다. 자산 5000억원 이상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의무화 여부도 검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ESG 인증제도를 수립하기 위해 인증 의무화와 더불어 인증기관 및 인증인의 적격성 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선우희연 세종대 교수는 '글로벌 ESG 인증제도 현황' 주제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금융위원회의 ESG 공시제도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인증체계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선우 교수는 "국내 기업이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의 92%가 자율적으로 인증을 받고 있다"며 "인증인의 자격 및 책임을 담보하는 장치 없이는 '신뢰성 제고'라는 인증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 연구 결과 회계법인 인증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기관이 회계법인일 경우 신뢰성이 높고, 자본비용 및 재무분석가 예측오차 감소효과가 더 크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주가 및 기업가치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선우 교수는 "회계법인은 기업의 재무제표 감사인의 역할도 맡을 수 있어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 업무를 병행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팀으로부터 외부감사팀으로 CSR 관련 지식이전이 일어나 감사품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민간공인 ESG 자격증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110개의 ESG 관련 민간등록자격증이 있고 95%가량이 지난해 이후 등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해외에서는 국제기구나 공인회계사회가 ESG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인가받은 인증제공자에도 회계법인과 동일한 인증품질 요구"

전규안 숭실대 교수는 '국내 ESG 인증자격제도 도입방안' 주제발표에서 "기업이 ESG 활동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ESG 활동을 개선하려면 인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신뢰할 수 있는 ESG 정보 제공을 위해서는 ESG 인증이 필수"라며 "인증 의무화 여부에 대한 논란보다는 인증 의무화 시기와 방법의 문제가 중요해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국제적 흐름을 반영해 ESG 인증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기업의 ESG 공시정보에 대한 독립된 기관의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검증기관에 대한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인증을 의무화한 프랑스와 의무화 예정인 유럽연합(EU), 미국 등을 참조해 국내 인증대상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인증범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법정공시 정보에 대한 인증 의무화 방안 도입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인증기준 역시 현재 많이 이용되는 IAASB 인증기준, ISO 인증기준과 함께 IOSCO 보고서 권고가 존재하는 만큼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증제공자(인증기관)의 범위와 인증인(개인)의 자격도 주요 이슈다. 전 교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회계법인과 독립된 제3자의 인증서비스 제공을 허용한다"며 "EU는 법정감사인, 회계법인, 인가받은 독립적인 인증서비스제공자 등 주체가 ESG 인증에 참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는 인증제공자를 회계법인으로 제한하지 않고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인가받은 기관도 인정하고 있다"며 "향후 ESG 인증에 대한 법적 책임이 강화될 것이므로 자격을 갖춰 인가받은 인증제공자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가받은 독립된 인증서비스제공자'에게도 회계법인과 동일한 인증품질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인증제공자의 유형과 관계없이 동일한 인증품질이 제공되도록 인가요건을 명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SG 인증제공자의 인가기관으로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이 인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속가능성 공시를 담당하는 이들 기관이 금융감독원 등에 위임해 진행하는 식이다. 또는 별도의 ESG 인가기관을 설립하는 방안도 가능할 전망이다.

전 교수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만 ESG 인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ESG 인증 자격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인증제공자와 마찬가지로 인증인의 경우에도 모든 인증인에게 동일한 자격요건을 요구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ESG 인증 의무화는 시기와 방법의 문제일 뿐이므로 지속가능성 인증 의무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ESG 공시 의무화에 발맞춰 제한적 확신 수준의 인증으로 시작해 합리적 확신 수준의 인증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의 역사와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ESG 정보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재무정보와 비재무정보의 연계성과 일관성을 함께 고려한 인증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