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울에 있는 호텔로 이동 예정"
미국 "캠프 험프리스로 돌아가기로 해"
영국 현지 언론 비판...국격 실추 우려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 내 덩굴터널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3.8.3 사진=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가 야영장에서 조기 철수하기로 했다. 참가국 158개국 중 가장 많은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에 이어 미국마저 철수를 결정해 남은 일정이 많은 잼버리 대회가 반쪽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5일 잼버리조직위 등에 따르면 영국 스카우트연맹은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새만금에 있는 잼버리 현장을 떠나 서울에 있는 호텔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스카우트 연맹은 "파견 규모가 가장 큰 우리의 철수 결정이 전반적인 현장의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철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 당국과 활동 프로그램을 협의해 서울에서 잼버리 체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스카우트연맹은 이번 대회에 참가국 중 가장 큰 규모인 4500여명을 파견했다. 영국 스카우트 측은 서울에서 체류하며 문화체험 등을 계속 하다가 애초 계획대로 오는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영국 대표단의 조기 퇴영 소식에 이어 루 폴슨 미국 보이스카우트 운영위원장은 5일 연합뉴스에 "우리는 날씨때문에 떠난다"며 "(평택 미군기지 내) 캠프 험프리스로 돌아가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 스카우트 대원은 새만금 캠프장에 도착하기 전에도 캠프 험프리스에서 하루를 묵고 2일 영지에 도착했다.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은 전북도와 공동 조직위원회를 맡은 여가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현장 분위기가 오늘부터 좋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국 대표단이 철수하면 조직위가 잼버리 개막 당시 기대했던 6000억원 상당의 경제효과는 물론이고, 국격 실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영국 현지 언론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새만금 잼버리에 아이를 보낸 한 부모는 BBC에 "폭염으로 인해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다며 특정식을 요구했던 일부 사람들은 음식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동북부 출신 여성 A씨 역시 "딸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서바이벌 미션으로 변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부모들도 열악한 위생시설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며 "우리의 우선순위는 아이의 안녕"이라고 전했다.
지난 1일 개막된 이번 잼버리는 세계 158개국 4만3000여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개막 초기부터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속출과 위생문제, 조직위의 안일한 운영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대회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