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곡물협정 복귀하면 곡물 수출 촉진 돕겠다고 약속
러, 미 정부의 행동 필요하다며 약속이 아닌 '조치'로 요구
"러 주장은 잘 작동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사소한 불만"
◆…흑해에서 곡물을 운반하는 터키 선박 사진=로이터통신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하면 러시아 곡물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미국 정부에 약속이 아닌 행동을 요구하자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러시아 농업은행에 대한 지불 처리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몇 달 동안 러시아 농업은행에 대한 농산물 수출 대금지불을 처리해 온 JP모건이 거래를 중단했다고 4일 밝혔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언론에 "러시아 농업은행과 JP모건 간의 직통 채널이 지난 2일에 차단됐다"고 말했다. JP모건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으로부터 러시아의 곡물 수출과 관련한 지급결제 업무 허가를 받은 은행이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하면 러시아 곡물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돕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러시아 대통령실은 4일 러시아산 곡물 수출의 장애물을 제거해주겠다는 미국의 공허한 약속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만약 미국이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복귀에 기여하고 싶다면 러시아의 요구에 응해야겠다는 약속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며 "요구 사항이 이행되면 협정은 즉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를 봉쇄했다가 작년 7월 22일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허용하는 흑해곡물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협정 체결 이후에도 유엔과 합의한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 촉진 방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오다 지난달 17일 일방적으로 협정을 탈퇴한 후 자신들이 내세운 조건을 들어준다면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임스 오브라이언 미국 국무부 제재정책조정관은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여러가지 사항을 요구했으며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실 지난 1년간 러시아의 곡물 수출은 6180만톤에 달할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15% 높은 수치"라면서 "이러한 결과는 러시아의 곡물 수출을 돕기 위해 진행 중인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주장은 매우 잘 작동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아주 사소한 불만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서방 국가들은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한 직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구들에 대대적인 공습을 퍼붓는 러시아를 향해 '식량 무기화'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유엔은 흑해곡물협정이 최빈국의 식량 위기를 가라앉히고 세계 식량 가격을 20% 이상 낮추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이 최빈국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