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
볼로디미르 잰랜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 지도자들을 향해 세계 30개국 440여개의 원자력 발전소에 방사성 원료를 공급하는 러시아 로스아톰(Rosatom)과 그 자회사 및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관리들도 러시아의 마지막 자금줄 중 하나인 로스아톰을 제재함으로써 침공을 시작한 푸틴을 처벌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젤렌스키는 지난 5월에도 "우크라이나는 로스아톰과 그 경영진들에 대한 제재가 아직 도입되지 않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며 "로스아톰 임원들이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하고 우크라이나의 일상생활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바람과 달리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핵 관련 제품의 수입차단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제재의 키를 쥔 미국만 해도 전력 20%를 담당하는 원자력 발전소가 연료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핵연료 및 관련 제품은 8억7100만 달러로 2021년 6억8900만 달러, 2020년 6억1000만 달러 대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이 집계에 의하면 2021년 미국 원자력 발전소가 자국 공급업체에서 조달한 물량은 5%에 불과했다.
무역 물동량 조사에서도 러시아로부터 도입된 우라늄 제품은 2020년 6.3톤에서 지난해 12.5톤으로 2배 가까이 증가, 쉽사리 제재 대상에 올리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준다. 미국에 가장 많은 우라늄을 제공하는 국가가 러시아 동맹국인 카자흐스탄으로 35%를 차지하는 점도 문제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양의 핵연료와 화합물을 수입하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모스크바에 수억 달러를 제공하는 셈이 되었다. 이에 대해 비확산 전문가들과 정치인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어렵게 하려는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한다.
젤렌스키 요구대로 러시아의 핵연료 수출이나 로스아톰 등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면 30개국 440개 원자력 발전소는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건설 중인 원전 60개와 계획 단계인 300개 이상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여파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원유 수출 금지에 못지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무역통계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기업에 판매한 핵관련 제품은 17억 달러에 달한다.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석유, 가스, 보드카, 캐비어 등의 수입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핵관련 제품에 대해서만큼은 수출 금지 대상에 올리는 것을 꺼렸다. 핵이 없으면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로부터 수입된 물량이 12%에 달했고 유럽도 약 17%의 우라늄을 공급 받았다.
2022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로스아톰은 우라늄 농축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회사로 우라늄 생산 및 핵연료 제조분야 3위에 올라있다. 젤렌스키의 호소가 어디까지 먹힐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현실화된다면 석유, 가스에 이어 원자력까지 한국도 위기의 중심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