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위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 직면
中 부동산 디폴트 위기, 美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 비유돼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 경보 켜져...韓 경제에도 '빨간불'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이 16일(현지시간) 증권거래소에 채권 상환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제공］
중국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중 1위인 비구이위안이 최근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중국 부동산발 세계 경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2021년 말 사실상 부도를 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과 완다(万达·만탈)그룹에 이어 비구이위안 등 중국 내 부동산 개발업체 1∼3위 기업이 모두 부실기업으로 전락하면서 중국 경제가 급격히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간) "대부분 경제학자는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부진한 경제 지표에 더해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중국 경제 성장에 압박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비구이위안이 최종 디폴트를 선언하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6일 만기 도래한 10억 달러 채권 이자 225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한 상태로, 오는 30일 이후에도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최종 디폴트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16일(현지시간)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현재 회사채 상환에 큰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SBS 보도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기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보유한 비구이위안 채권은 3억5850만달러(약 4800억원)에 이른다. 알리안츠도 3억100만달러(약 4150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도 피델리티(1억8700만달러), UBS(1억3370만달러), JP모건(1억1600만달러) 등도 역시 거액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2년 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디폴트위기보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 더욱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헝다보다 4배 많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구이위안발(發) 경제 불안이 중국 부동산과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보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17일 펜앤드마이크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4%를 기록한 이래 2011년 9.3%, 2012년 7.7%, 2013년 7.7%, 2014년 7.4%, 2015년 6.9% 등 7% 안팎의 높은 수치를 지속해왔다. 2016년 이후에는 성장률이 둔화하긴 했지만 6%대를 유지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는 문화대혁명 이후 44년 만에 최저치인 2.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3%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올해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으로 경제 반등을 노리는 상황이다. 올해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강한 목표 달성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의 3대 축으로 분류되는 내수, 수출, 부동산 모두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가 나오면서 안팎의 위기감이 커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경우,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가 치명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매체는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는 지난 2020년 25.9%에서 올 1분기 19.5%로 낮아졌지만, 그래도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라면서 특히 중국 경기 침체와 동시에 위안화 약세도 한국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가전·휴대폰·철강·기계류 등 중국과 수출 경합이 치열한 업종들이 위안화 약세로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 비해 한국 증시의 하락폭이 가장 크다는 점도 중국 경제 불안이 국내 금융‧증권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16일 중국 본토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2% 하락 마감했고, 호주 ASX(-1.50%), 일본 닛케이(-1.46%), 한국 코스피(-1.76%) 등의 하락 폭은 중화권 증시보다 더 컸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해 금융시장의 긴장감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하반기 대(對)중국 수출 개선을 통해 국내 수출 경기 개선과 경기 회복 가속화를 기대했지만 중국 경기 불안으로 하반기 국내 경기에 커다란 먹구름이 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국내 증시 부진과 원화 약세 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매체는 전망했다.
◆ 中 부동산 디폴트 위기,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비화되나?
이 매체는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가 중국 내 다른 부동산 업체는 물론 금융권으로도 확산함으로써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비구이위안이 촉발한 디폴트 위기는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2021년 말 겪은 디폴트 위기보다 파급력이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만 매체 ET투데이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비구이위안의 금융위기는 헝다를 넘어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보도한 내용과 다른 대만 매체 이핑신문망은 '비구이위안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규모가 헝다의 4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기가 채무 불이행으로 비화할 경우 중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도 전했다.
반면, 같은 날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중국 경제 둔화가 세계 경제 성장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서방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사실은 중국 경제가 계속해서 회복하고 있고, 여전히 세계 경제 성장의 중요한 엔진"이라고 반박했다.
왕 대변인은 "중국 경제 반등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궤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경제 전망에서 중국 경제가 올해 5.2% 성장해 세계 경제 성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한 내용을 언급하면서다.
그는 다만 "세계 경제 회복 부진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안, 부채 압력 증가와 맞물려 모든 국가들에게 중대한 경제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중국 역시 도전이 예상된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할 것이다. 일부 서방 정치인과 언론들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 회복의 현재 어려움을 과장하고 있지만, 그들이 틀렸다는 것은 증명될 것"이라면서 "중국 경제는 강한 회복력과 풍부한 잠재력, 강력한 역동성을 갖고 있고 장기적으로 건전한 경제 성장 펀더멘탈은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부진한 경제 지표에 더해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 채무불이행 위기로 JP모건, 바클레이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JP모건은 1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6.4%에서 4.8%로 낮췄다. 바클레이스 또한 전망치를 4.9%에서 4.5%로 하향 조정했으며 일본의 미즈호 증권도 전망치를 5.5%에서 5%로 낮췄다.
바클레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 경제 지표의 성장 모멘텀이 예상보다 약해 올해 4.9% 성장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실업률 증가로 인한 소비 회복 정체에 더해 부동산 부문 또한 경제 회복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 보고서는 중국 최대 규모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 위기가 리츠(REITs)의 디폴트로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가 리츠의 자금 조달 압박의 '악순환'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의 캐서린 레이 애널리스트는 "보유 권한이 있고 최종 해결을 위해 만기 연장이 가능한 은행과 달리 신탁 등 대체 금융 채널은 신탁 투자자가 만기 연장을 원하지 않으면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며 "디폴트 발생 시 개발자 자금 조달에 연쇄반응이 일어나 민간 소유 개발자와 채권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 역시 중국 경제 위기와 관련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경제는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동산 업체의 어려움이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중국 당국, 중국 내 금융기관들의 대응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추가 외생변수가 장기화하고 그 폭이 커지면 우리도 마찬가지고 세계 각국이 경제 전망을 수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