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국가, 탈중국화 가속화하면서 새로운 공급망 물색
호주 BHP·영국 투자펀드, 아프리카에 정제 공장 투자
광물 수출규제 통해 서방 국가에게 고부가가치 생태계 요구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카탕가주의 코발트 광산에서 작업중인 광부들. 사진=로이터통신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주요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 광산업체들이 아프리카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광산업체들이 니켈과 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주요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아프리카에 잇따라 정제 공장을 세우고 있다
아프리카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주요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광물이 채굴되면 제련·정제·생산 등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작업은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이뤄져 왔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의 기반 시설이 열악한 데다가 숙련된 노동자를 찾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서방 기업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아프리카로 눈을 돌려 전기차 배터리 생산과 관련한 거의 모든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광물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보하자 서방 국가들은 탈중국화를 가속화하면서 주요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새로운 공급망을 물색하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 회사인 호주 BHP는 미국의 라이프존 메탈스와 공동으로 지난해 탄자니아에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입해 아프리카 최초의 니켈 정제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과 전 세계 시장에 니켈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영국의 투자펀드인 '비전 블루 리소시스'는 마다가스카르의 흑연 정제 공장 투자에도 참여했다. 이와 함께 잠비아에는 세계 3위 규모의 코발트 정제 공장을 건설중이다. 잠비아 공장을 운영할 코발로니 에너지홀딩스의 조니 벨로자 CEO는 "우리의 목표는 서방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중국 공급망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도 지난 2일 전기차 배터리 핵심 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잠비아 등 아프리카 3개국과 개발 협력을 맺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핵심 광물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 급증이 원자재를 생산하는 국가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면서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이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짐바브웨, 나미비아 등 일부 국가들은 가공되지 않은 형태의 광물 수출을 금지하면서 서방 국가에게 고부가가치 생태계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짐바브웨 정부는 수출규제의 목적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광산 수익이 외국 기업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데에 있으며 앞으로 광산 수입을 통해 140억 달러(약 18조 원)에 달하는 외채를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미비아 역시 리튬 수출을 금지하고 자국 내에서만 제련을 허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