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화장실도 없고 물까지 철철 새는 지하공간에 사람이 살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일반인의 상식만 놓고 보면 도저히 주거공간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달랐다. 국세청은 이 공간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주택'으로 판단했다.
최근 국세심판원에 과세불복을 제기한 A씨가 이 처럼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난 국세청의 판단기준으로 인해 1억원이 넘는 '눈 먼' 세금을 뜯길 뻔했다가 심판원의 인용결정에 따라 구제를 받았다.
5일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납세자 A씨는 지난해 4월 지하층은 '공부상' 주택으로 등재된 건물(지상·지하 각 1층)을 보유한 상태에서 지난 1999년 취득한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을 양도한 뒤 2개월 후 곧바로 양도세 신고를 했다.
A씨는 양도한 부동산 중 주택으로 활용된 부분(지하 1층, 지상 3층-지상 1·2층은 점포)에 대해서는 1세대1주택 비과세대상으로 판단해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대상으로 삼아 양도세 신고를 마쳤다.
A씨가 1세대1주택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보유하고 있던 건물의 지하(공부상 주택으로 등재)주택은 부엌 및 화장실도 없고 물이 새는 등 하자가 있어 취득한 이후 주택으로 사용한 적도 없고 폐공간으로 방치해 두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국세청은 A씨의 판단을 부정했다. 국세청은 문제가 된 건물 지하 주택이 공부상 주택으로 등재되어 있고 주택 외 다른 용도로 변경된 적도 없으며 양도당시 지하에 아무도 안 살아도 언제든지 주택으로 사용이 가능하므로 이는 주택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한 것.
국세청은 A씨를 1세대2주택자로 간주, A씨가 신청한 1세대1주택 비과세 적용을 배제하고 1억1300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경정해 고지했다. A씨는 즉각 "폐공간을 주택으로 보아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세심판원에 과세불복을 제기했다.
심판원은 국세청의 엉터리 '주택론'을 재차 부정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조사결과 쟁점이된 공간은 등기부등본상 주택으로 기재되어 있다"며 "그러나 증거사진 등에서 보여지듯 장판지도 없고 벽지도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심판원은 이어 "A씨가 이 지하공간을 다른 용도로 변경한 사실도 없고 물이 새는 등 장기간 공가상태로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자를 보수하면 언제든지 주택용도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지하 구조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부엌이나 화장실이 없어 사실상 주택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