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잘하는 기업이 주가도 오른다"

이홍·전상길 경영학 교수 인터뷰

"고객에게 선택받는 기업, 주가 오르고 배당 늘어"

"킬러역량 중 제일은 '품질'...CEO 집념 중요"

"CEO의 말은 곧 기업의 메시지...신중해야"

"고객에게 행복 주고 돈 버는 '이기적 이타성' 중요"

"고객지향적인 기업이 주주에게도 유리하다. 주주들은 기업이 고객을 어떻게 대하는지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사회는 CEO가 고객-가치-비용-수익 순서로 거울을 보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실패하는 비즈니스에는 이유가 있다'의 저자인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교수와 전상길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달 31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고경영자(CEO)는 실수가 실패가 되지 않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전상길 교수는 비즈니스의 실수를 일깨워주는 4가지 거울로 고객관계 모델, 가치생성 모델, 비용통제 모델, 수익 모델을 제시했다.

고객관계 모델은 비즈니스의 시작이 된다. 전상길 교수는 "고객이 어떤 점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불편함을 느끼는지 늘 생각하는 게 기업인의 역할"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빨리 파악하는 역량을 갖고 있는 기업이 고객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거울은 기업분석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홍 교수는 "고객지향적인 기업이 주주에게도 유리하다. 기업의 제품이 고객에게 '잘 팔린다'면 주가가 오르고, 배당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라며 "주주들은 기업이 고객을 어떻게 대하는지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출이나 이익률을 통해 손쉽게 관찰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생산과정에 해당하는 가치생성 모델에서는 양(Quantity)과 품질(Quality), 비용(Cost), 납품(Delivery), 민첩성(Agility)과 애프터서비스(A/S), 고객경험(Experience)을 강조한다. 특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킬러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홍 교수는 "기업의 경쟁력 판단 요소인 Q2CDA2E 중 모두를 갖추기는 어렵다. 그중 일부를 선택하는 게 킬러역량"이라며 "고객을 열심히 관찰하면 킬러역량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상길 교수는 "킬러역량을 다른 말로 하면 '진입장벽'이다. 그중 '품질'이 가장 철옹성 같은 진입장벽"이라며 "CEO가 집념을 가지고 오랜 시간 기술력을 축적시키지 않으면 형성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저자들은 연구개발과 생산 프로세스에 대한 관리를 의미하는 비용통제 모델에서 비용 절감에 방점을 찍었다. 그중 기업이 간과하는 그림자비용, 특히 CEO 리스크를 줄일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홍 교수는 "CEO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CEO의 말이 곧 기업의 메시지"라며 "그러나 말과 행동을 가볍게 하는 CEO가 여럿 있다. 나 역시 비용을 유발할 수 있는 주체라는 걸 인식하고,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상길 교수는 "공동대표 체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고재무관리자(CFO)와 마케팅 담당을 각각 대표이사로 두어 서로 피드백하고 건전한 컨설팅을 주고받는 기업이 있다"며 "또는 OKR(목표·핵심결과지표) 기법을 도입해 3개월마다 사업을 평가하고 수정하는 방법도 바람직하다. 작은 실수를 미연에 방지해 연말에 큰 실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거울인 '수익 모델'도 중요하다. 다만 저자들은 전가수익, 징벌수익, 강매수익 등 '바람직하지 못한 수익'을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홍 교수는 "비즈니스는 '이기적 이타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기업이 돈을 벌겠다는 마음은 이기적일지라도,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이타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게 좋은 수익모델이다"라고 정의했다.

이어 "기업이 소비자에게 이기적으로 접근해 고객이 행복하지 않다면 나쁜 수익모델"이라며 "CEO는 기업이 나쁜 수익으로 연명하고 있지 않은지 철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객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게 제대로 돈 버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의 직접 경영 중 무엇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는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홍 교수는 "미국과 유럽도 오너 중심 또는 승계에 의한 기업이 굉장히 많다. 전문경영인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일본의 경우 단기적인 시각에서 전문경영인을 고용한 탓에 기업경쟁력이 약화했다는 연구도 나온다"며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누가 더 넓은 시야로 리스크를 감당할 역량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상길 교수도 "4개 거울을 가장 유효적절하게 잘 쓰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게 핵심"이라며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누가 이러한 거버넌스 체제를 유효하게 작동시킬지에 달려있다"고 부연했다.

고객관계 모델과 가치생성 모델, 비용통제 모델, 수익 모델이라는 4가지 거울을 순서대로 점검함으로써 비즈니스의 선순환구조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홍 교수는 "한국은 오너가 이사보수를 결정하고 있어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CEO는 고객과 이사회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게 행동하고, 이사회는 CEO를 견제하는 동시에 신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상길 교수는 "이사회는 CEO를 견제·감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종합컨설팅을 제공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CEO가 고객-가치-비용-수익 순서로 거울을 보고 있는지 지켜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