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가감사원, 65개 학교서 콘크리트 부식 발견
타학교 교실 공유 또는 임시 건물에서 수업 방침 마련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자료사진=로이터통신
영국 정부가 개학을 불과 며칠 앞두고 붕괴 위험이 있는 100여개 학교에 긴급 건물 폐쇄 명령을 내려 수천 명의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1일(현지시간) 더 가디언·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 교육부는 성명을 통해 RAAC(철근 고압 멸균 콘크리트) 자재로 건설된 학교 건물을 폐쇄할 것을 104개 학교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RAAC는 195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 지어진 건물에 주로 사용되던 콘크리트 자재로, 내구성이 떨어져 수명이 30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8년 영국 켄트의 한 초등학교 건물 지붕 붕괴 사건이 발생한 이후 RAAC 건물의 위험성이 지적돼왔다. 지난 7월 영국 국가감사원(NAO)은 70만명에 이르는 학생이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이 필요한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NAO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내 약 200개 학교를 조사한 결과 65개 학교에서 콘크리트 부식이 발견됐으며 그중 24개 학교는 긴급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교육부가 RAAC가 의심되는 572개 학교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붕괴 위험에 처한 학교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총 길리언 키건 영국 교육부 장관은 "RAAC와 관련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됨에 따라 건물 폐쇄 결정을 내렸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건물이 폐쇄된 학교의 학생들이 다른 학교와 공간을 공유하도록 하거나 임시 건물에서 수업받도록 하는 등 학교별 대응 방침을 수립할 예정이다. 다만, 온라인 원격 수업은 최후의 대안으로 남겨둔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조치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니라 윌슨 자유민주당 교육대변인은 "수년간 집권 보수당이 학교 건물을 방치한 결과다. 학생과 교사들은 안전하지 못한 건물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사실에 두려워할 것"이라며 "학생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개학 며칠 전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미교장협회 사무총장 폴 화이트먼은 그동안 노조가 붕괴 위험에 대한 우려를 반복적으로 제기해왔다며 "이 소식이 충격적이지만 슬프게도 크게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건물에 대한 지출을 10년간 급격하게 삭감한 결과"라며 "학교 관리자들은 대체 숙소를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책임자인 마이크 쇼트는 "정부는 학교건물을 보수해야할 시기에 위험을 숨기느라 몇 달을 허비했다"고 비난했다.
학교 건물 붕괴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어 RAAC로 건설된 학교 건물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