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동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 로이터>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날 이유는 많다'(Kim Jong Un Has Many Reasons to Meet With Vladimir Putin)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북한은 식량 지원과 '외교적 쇼맨십' 측면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WSJ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경 봉쇄로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러시아가 식량 원조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또 김 위원장이 이번 방문을 국제 정치에 복귀하는 선전 수단으로 활용해 코로나19를 극복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한 역시 고립된 정권에 러시아라는 강력한 우방이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러시아-아시아 관계 전문가이자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교수인 아르툠 루킨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어도 김 위원장은 이것이 한미일 동맹에 비해 얼마나 약한지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은 정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아시아 소장 겸 한국 석좌인 빅터 차는 "양 정상의 만남은 우크라이나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안보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위해 협력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WSJ은 러시아 역시 김 위원장의 방문을 통해 얻을 것이 많다고 봤다. WSJ은 "러시아가 현재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에서 극심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북한에서 더 많은 노동자를 파견받는 데 합의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라 부족해진 탄약 등 군수품을 북한에서 수급해 공급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다만 실제 북한은 수년간의 국제 제재로 인한 원자재와 설비 부족 등으로 군수품 생산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은 "북한의 무기 공급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북한은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군수공장을 300개 이상 보유하고 있지만, 북한이 비축한 무기 대부분은 옛소련 시대의 무기뿐이며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공개한 첨단 무기는 대량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간의 무기거래나 해외노동자 파견은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지만 실제로 국제사회가 이를 제재할 방법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WSJ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추가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미국은 동맹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SJ은 "북한에 대한 제재의 부재는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을 통합하고 합동 군사훈련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한미일 3국 공조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익명의 미 관리들을 인용,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장갑 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 등 탄약을, 김 위원장은 위성과 핵추진 잠수함 개발 등에 필요한 첨단 기술과 식량 지원을 각각 원하는 걸로 알려졌다고 NYT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