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폭행한 학생 교장실 보내자 학부모 4년간 민원 제기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무혐의 처분’으로 결론
◆…지난 5일 대전에서 한 40대 초등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은 숨진 초등교사 추모공간.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대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초등교사가 4년간 학부모로부터 악성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A교사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태도가 불량하거나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 4명의 담임을 맡았다.
같은 해 11월 26일 이 중 한 학생이 친구 얼굴을 폭행해 교장실로 보냈다. 그러자 폭행한 학생 학부모가 "우리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같은 해 12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A교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듬해 2020년 A교사의 아동학대 혐의는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났다.
그러나 해당 학부모와 학생들은 A교사가 학교를 떠날 때까지 약 4년간 민원을 계속 제기했으며 결국 A씨는 다른 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
동료 교사 B씨는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들이 '무릎 꿇고 빌어라'라고 요구하거나, A씨를 향해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갖은 협박을 일삼았다"고 회상했다. A교사 남편은 "아내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학부모와 마주칠까봐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A교사는 서울 서이초 사건 발생 이후 과거 고통이 떠올라 트라우마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서이초 교사 죽음의 진상 규명과 교권 회복을 주장하며 매주 토요일 서울에서 열린 주말 추모 집회에 참석했다.
대전교사노조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시교육청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며 "A교사를 상대로 악성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의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시교육청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