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결국 제동 걸려... 국회 문턱 언제 넘나

보험업계 오랜 숙원과제인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이 14년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첫 문턱을 넘으면서 본회의 통과에 기대감이 커졌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또다시 논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졌다.

국회 법사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일단 계류시켰다. 추가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사위는 개정안을 제2 소위원회로 회부하지 않고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법사위 전체회의 예정일은 오는 18일이다.

이 법안에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제도 도입의 근거가 담겼다. 환자가 요청하면 의료서비스 제공기관이 청구 서류를 중개 기관에 전달하고 이 기관이 보험사에 전송하는 절차가 포함됐다.

만일 제도가 도입된다면 소비자 편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하려면 보험 가입자가 직접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 과정이 필요했으나 이를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보험사들이 전자적으로 가공된 정보를 많이 축적하고, 이를 이용하면 많은 이익을 낸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정보가 제대로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수석전문위원실 등에서 법체계 정합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개정안과 동일하게 의료법 규정을 배제한 채 운영되고 있는 법률·제도가 이미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도 "법제처는 유권해석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절차적인 문제가 없고 과거 14년간 국회에서 논의된 점, 정무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점을 고려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법사위에서 개정안은 박 의원 등의 반대로 결국 통과가 되지 못했다. 이로써 개정안은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로 탄생한 지 14년 동안 논의만 거듭하게 됐다.
보험사 입장에서 이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서류접수 작업 등의 업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2512억원으로 추정되면서 법 개정이 된다면 소액 청구가 늘어나 가입자의 이익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 의료업계에서는 진료비 폭리가 드러날 수 있어 심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라면서 "전 국민의 편익을 위해 개정안이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 단체들도 14일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과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 편익 제고와 권익 증진을 위해 보험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소비자가 병원에 진료비를 완납한 후 보험사에 별도로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불편함은 없어야 한다"며 "많은 소비자가 복잡한 실손보험 청구 과정과 번거로운 증빙자료 준비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