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당시 외환시장 개입 불가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외국환평형기금의 역외선물환(NDF) 거래 등을 통한 손실발생의 실태와 원인에 관한 감사청구안을 표결을 통해 부결시켰다.
그러나 이어진 국감에서 재경위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외평기금의 부실운영과 관련해 정부의 외환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은 13일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국내 외환시장에 유입되는데 따라 그 중 일부를 정부가 사들여 시장이 일시에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인 외환시장 안정화정책(스무딩 오퍼레이션)"이라면서 "그러나 지난 2001∼2004년 정부는 국제수지 흑자규모를 초과하는 외화를 거둬들였고 특히 2003∼2004년에는 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백억달러 규모의 NDF 거래와 스왑(Swap) 거래를 실시하는 등 과도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NDF 매입을 통한 환율방어는 만기시점에서 재매입(rollover) 하지 않는 한 환율방어 효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재경부가 NDF를 매입, 지금까지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특히 외국환거래법에는 외평기금으로 NDF나 스왑거래를 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는데 국회의 동의나 승인없이 재경부가 자의적으로 법률을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환율방어용 국채가 급증하고 이에따른 이자부담, 환차손, 이차손 등이 크게 늘어 2005년 외평기금 누적손실이 17조8천억원에 달했다"면서 "외평기금 손실이 재정수지를 악화시키면서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2005년 6조5천억원에 이어 올해도 14조9천억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정부 개입에 의한 인위적 환율유지는 한계산업의 퇴출을 지연시키고 수출기업에 특혜를 줘 산업경쟁력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반면 수입물가는 높게 만들어 내수 기업들의 원가절감을 어렵게 하고 소비자에게 돌아갈 이득이 상실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환율시장에 개입했다가 수십조원의 손실을 국민에게 안긴 담당공무원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는 담당공무원들을 사후처리했다고 하는데 지난 2003년 이후 외국환평형기금을 운용해 22조원의 손실을 낸 담당자 중 한명은 IBRD(세계은행) 이사로 갔고 나머지 5명은 모두 승진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경부는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사후처리를 어떻게 했는지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당시 외환시장 개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권 부총리는 "당시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은 동아시아 국가에 보편적인 상황이었다"며 "이로 인해 중국도 30조원 이상, 일본도 100조원 이상의 손실을 계상하고 있는데 이런 금액은 환율방어 비용으로 생각하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권 부총리는 또 "당시 의사결정 과정이나 사후처리 문제가 전부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 자리에서 나오는 발언 하나하나를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다"며 양해해달라고 요청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외국환거래법에도 NDF 거래에 관한 근거가 없다"면서 "재경부가 명백한 불법을 저지른만큼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한편 고발 등 사법조치를 재경위 차원에서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