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 "아직 끝 아냐. 다른 대안 준비"
강경파 "더 강력한 국경 통제정책 요구"
민주 "공화당 내 분열이 셧다운 위협"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09.29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의회가 새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이틀 남겨두고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장은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한 달짜리 임시예산안을 상정했으나 찬성 198표 대 반대 232표로 부결됐다.
민주당 212명을 포함해 공화당 내 강경파 21명이 반대표를 던져 법안 통과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카시 의장은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 국경 통제 강화와 연방정부 기관 예산의 약 30% 삭감 등의 예산안을 마련했지만 강경파는 더 강력한 국경 통제 정책 등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하원 민주당은 정부 예산을 더 줄여 각종 복지 프로그램을 삭감했다는 이유 등으로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셧다운을 피하려면 내년도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전에 정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임시예산안이 하원조차 통과하지 못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은 거의 확실해졌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공화당 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도 실패해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상원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11월 17일까지 필요한 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임시예산안에 초당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해당 예산안은 지출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되 우크라이나 지원용 예산 60억달러와 재난 구호용 60억달러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부결로 초당적 예산안을 마련하는 길조차 차단된 셈이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법안이 부결된 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끝이 아니다. 다른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예산안을 두고 공화당 내 분열이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역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자료=로이터통신
미 연방정부 셧다운은 지난 10년 동안 3번 발생했다. 셧다운이 시작되면 정부는 문을 닫고 이 기간 공무원은 직장을 잃거나 무급으로 일해야 한다. 셧다운 기간이 가장 길었던 지난 2019년의 경우(34일) 연방정부 직원 210만명 중 약 8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반복되는 셧다운 위기감이 국가사업과 소비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금융 시장에서도 부작용을 일으켜 국가 신용도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리처드 닐 의원은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을 두고 "35년 의원 활동 중 가장 최악"이라고 혀를 내둘렀으며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연방정부 셧다운이 미국의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주요 인프라 개선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