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임박에도 이집트, 민간인 대피로 개방 거부

美요청에도 이집트, 국경 대피 통로 개방에 끝내 거부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임박에도 민간인 대피로 모두 차단

인도주의적 위기 고조…전기 끊겨 “중세 시대로 회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집트가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회랑 개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집트 안보 소식통을 인용, 이집트가 가자지구와의 국경을 통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 및 다른 국가들과 논의를 했지만 민간인들의 대피를 위한 통로 개방에 끝내 거부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는 북쪽과 동쪽으로는 이스라엘, 남서쪽으로는 이집트와 접경해 있는 작은 해안 지역으로 2008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장악한 이후 약 23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국경이 모두 봉쇄되어 있어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중재자를 자처해 온 이집트는 양측의 갈등을 국경 내에서 해결해야 하며 이것이 팔레스타인이 국가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날 앞서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관은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에 거주 중인 미국인과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대피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집트가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은 대피로가 모두 차단된 상태다.

양측의 교전이 5일째 이어지며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해 오고 있는 가운데 봉쇄된 가자지구에서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는 세기를 거슬러 중세 시대로 회귀했다"고 전했다. 지역 내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며 주 전력이 끊겨 병원들은 비상 발전기를 통해 2~4일 정도 버틸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하마스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통해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 공격, 수백 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인질을 끌고 갔다. 이스라엘은 이에 맞서 전쟁을 선포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발표하고 보복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인근 자국민에게 대피 준비를 알리며 지상군 진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