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14.6%~29.6% 대출받아도 보증금 부족
"전세가율 90% 초과 주택은 임대시장 진입 제한"
◆…자료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처한 가구가 최대 49만여가구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이 높은 주택은 전세 거래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보증금 반환 지연 및 미반환 구조 이해와 임차인 불안 완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인의 48%가 저축액에 대출을 합치더라도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토연구원은 2022년 가계금융복지 데이터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임대인의 48.3%가 보증금보다 저축액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대인 14.5∼29.6%는 대출을 활용해도 보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으며 임대인의 6.6%는 보증금의 20%도 마련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경우 임대인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대출을 모두 동원해도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의미다.
◆…자료=국토연구원 제공
보증금 반환 지연 위험 가구는 24만1000∼49만2000가구로 나타났으며 보증금을 아예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미반환 위험 가구는 2만∼4만2000가구로 추정됐다.
보증금이 전세시세보다 높은 '역전세' 계약 비중도 급등했다. 지난해 상반기 6.7%에서 올해 상반기 55.5%로 늘었으며 6월 한 달만 따졌을 때 역전세 비중은 61.5%까지 치솟았다. 보증금이 매매 시세보다 높은 '깡통전세'에 해당하는 계약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0.7%였으나 올해 상반기 5.1%로 높아졌다.
지역별 역전세 계약 비율은 △대구 중구(76.4%) △대구 남구(70.6%) △대구 달서구(69.6%) △대전 서구(62.3%) △대구 수성구(59.3%) △경기 과천시(56.7%) 순으로 높았다. 깡통전세 비율은 전남 광양시가 31.2%로 가장 높았으며 뒤를 이어 △대구 달서구(26.6% △대구 남구(24.8%) △대구 중구(23.9%) △대구 북구(17.9%) △전남 순천시(15.7%)였다.
임차인들에 대한 보호방안은 미미하다. 전세가구 중 약 8.1%만이 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했고,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중첩적으로 나타나는 계약 중 최우선변제금 상한 기준 이하인 경우는 0.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국토연구원은 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보증금 반환 방법 통지 및 일정 금액 예치를 통해 반환 지연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이슬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과도하게 높은 전세가율 90% 초과 주택은 주택 임대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시장 변동에 따라 보증금 미반환이 발생할 수 있는 전세가율 60∼90% 부분에 대해서는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의무화해 사고 위험에 임차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