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제… 대통령은 참석않고 추도 예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는 10·29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점퍼를 입은 시민들과 4·16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점퍼를 입은 시민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시민들은 저마다 보라색 배경의 피켓을 들고 참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기억하겠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제정하라' '10·29 이태원 참사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 등의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여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및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김병민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태원참사 10.29 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단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 책임규명 ▲참사희생자들의 명예 회복 ▲정부·국회를 향한 이태원 특별법 제정 촉구 ▲참사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유가족들과의 연대 ▲대한민국의 안전사회 건설 책임 등을 약속했다.
 

생존 피해자 "공공안전 유무가 왜 운으로 결정되나"

10·29 이태원 참사 생존 피해자 이주현씨는 이날 단상에 올라 "저는 작년 오늘 이태원 108클럽 앞 바닥에 깔려 있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고 이야기를 한 후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운이 좋다'고 하는데 그러면 희생자 159명은 운이 나빠서 죽었어야 했나"라며 "사람의 생사가 운으로 갈려야 할 문제인가, 공공안전의 유무가 왜 운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나는 참사 그 현장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리고 단 한 가지의 말을 되뇐다"라며 "참사 희생자분들이 살아 계실 적에 그분들께서 가장 원했던 것, 그 질문을 갖고 영정 앞에 서지만 꿈에서조차 그 답을 들려주시지를 않더라"고 마음 아파했다.

유가족 어머니 "별가족·달가족이 반드시 진실 규명"

이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김의진씨 어머니 임현주씨가 단상에 올랐다. 현주씨는 "오늘 제가 쓰고 온 모자와 걸치고 온 자켓은 의진이가 1년 전 이태원에서 아름다욱 추억 만들고자 갔을 때 입었던 옷"이라며 "여전히 사랑하는 자녀를 가슴에 품고 사는 159명의 엄마들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10.29 이태원 참사는 이 땅의 보배로운 청년들이 인권·자유를 존중받지 못해 벌어진 비극적인 참사"라며 "사회적 참사 앞에 분명히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누구 하나 진실을 밝히겠다거나, 책임을 진다거나, 처벌받지 않는다는 건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사랑하고 베풀어 줄 수 있던,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부모로서의 기회가 참사로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런 비극은 재발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아이들의 억울한 희생에 대한 진실을 '별가족'(유가족 어머니)과 '달가족'(유가족 아버지)가 반드시 규명하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유가족 누나 "난 평생 너에게 미안해하며 살아갈 것"

계속해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故안민형씨의 누나 안하경씨가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경씨는 "사랑하는 동생아,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라며 "내가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마다 너는 그 골목에서 이 숨 한 번을 얼마나 내쉬고 싶었을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는 네게 미안한 일들이 너무 많다. 내가 삼청동 쪽 단풍 이쁘다고 추천하지 않았더라면, 핼러윈에 이태원 갔던 이야기를 안 했더라면"이라며 "그게 악몽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좀 더 잘해줄 걸 하는 후회들이 너무 많다"고 목이 멘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난 평생 네게 미안해하면서 내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라며 "고통스럽게 마지막을 맞은 너를 위해 그날의 진실을 찾아내는 데 힘을 보태려고 한다. 그곳에서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길 바란다"고 세상을 떠난 동생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