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 순익 4조원 밑으로... IB부진·충당금적립 영향
신한·메리츠·미래에셋 '↓'... 키움·삼성·한국투자 '↑'
지난 3분기 증시 거래대금 효과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여파에 따른 IB실적 부진과 부실자산 등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증권사 순이익이 4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2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4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9664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5080억원) 대비 12.0% 감소했다.
작년 3분기 누적 순이익 1·2위를 차지했던 신한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올 들어 순이익 규모가 급격하게 쪼그라들며 순위가 큰 폭 하락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5697억원에서 올해 2312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는 데 그치며 순위가 1위에서 7위로 하락했다. 앞서 지난 8월 라임·젠투 펀드에 대해 사적화해를 결정하면서 충당부채 1200억원을 적립한 것이 영향을 미치며 순이익이 급감했다.
메리츠증권은 전년(4688억원)보다 31% 줄어든 3246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순위가 2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회사는 "부동산 침체 장기화에 따른 IB수수료 수익 감소, 충당금 적립, 수익증권 감액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메리츠증권의 대손충당금 설정액은 1년 전 622억원에 비해 91% 급증한 1188억원 규모이다.
미래에셋증권은 34.3% 감소한 2252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며 6위에서 8위로 순위가 밀려났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보고서에서 "CJ CGV 전환사채 투자 건, 해외 상업용 부동산 평가 손실 등에서 약 1200억원 내외 평가손실 및 충당 등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키움·삼성·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순이익 증가세를 시현하며 1~3위에 포진했다.
키움증권은 3분기 5656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면서 지난 1분기 1위를 기록한 이후 2분기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증권사 중 유일하게 5000억원이 넘는 수탁수수료 수익을 벌어들이며 위탁매매 부문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회사는 글랜우드 PE의 LG화학 진단사업부 인수금융 단독주선 등 M&A딜 2건을 수행하고, 큐리옥스의 코스닥 IPO를 주관했다.
삼성증권은 작년(3833억원)보다 34.7% 증가한 516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5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삼성증권은 센서뷰와 레뷰코퍼레이션의 IPO를 대표주관하고, CJ CGV 유상증자 및 포스코인터내셔널·우리금융F&I 회사채 발행에 참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447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3위를 지켰다.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부터 수취한 배당금 1조6650억원은 순이익에서 제외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13건의 IPO딜을 대표 주관하고 9건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며 "최근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 및 영업환경에 IB 전 부문에 걸쳐 수익성보다는 위험관리체계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수익원의 다각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을 준비하는 대신증권은 152% 급증한 1728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며 10위 안에 진입했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시기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IB부문의 반등 트리거는 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 시점에서 증권업종의 주요 투자포인트는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리테일 부문 실적 수혜 △국내외 투자자산 손실 리스크 최소화 △안정적인 배당 매력"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