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비율 기준안 근거로 금융사가 자율 조정 하도록 할 계획
사모펀드·DLF 분쟁 당시 손해액 40~80% 배상한 사례 있어
홍콩ELS 만기 도래 물량 8.4조원... 50% 이상 손실 구간 진입
내년 상반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관련 배상기준안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과 불완전판매가 인정될 경우 배상비율 기준안을 만들어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에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이 배상비율 기준안을 만들면 금융사가 이를 근거로 자율 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다.
분쟁조정은 일대일 단건 처리가 원칙이다. 다만 앞선 사모펀드·파생결합펀드(DLF) 분쟁 때는 예외적으로 배상기준안 방식이 채택된 바 있다. 금감원은 당시 라임·옵티머스·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했다.
지난 1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42건으로 일반 민원으로 접수된 건까지 포함할 경우 규모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상반기에는 홍콩H지수 ELS의 손실 규모가 불어나면서 금융 분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5개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물량은 총 8조41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0% 이상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이며 현재 시중은행 모두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ELS 상품은 홍콩H지수가 특정 구간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는 홍콩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중국기업 50개를 묶은 지수인데, 지난 2021년 상반기 1만2000선에서 고점을 형성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현재는 6000선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 반등을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중국 경기 반등 ▲미국 금리 인하에 따른 홍콩은행간금리(HIBOR) 하락 ▲미중 관계 개선을 꼽았다.
성 연구원은 "지난 11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지수가 50% 하회한 상황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하나, 오는 12월 중순 경제공작회의에서 재정정책 강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 기준금리는 2024년 하반기 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내년 1월13일 대만 선거가 있어 미중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1월까지 홍콩H지수 변동성 장세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