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 포위…갈 곳 잃은 주민들

"사살·교전 횟수·화력사용에 있어 개전 이래 가장 격렬한 날"

가자주민 230만명 중 80%가 집 잃어…대피 지역서도 폭격

남부 인구 평소 3배…"공습보다 질병이 더 치명적일 수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을 목적으로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남부 최대 도시인 칸 유니스를 포위한 가운데 대피 지역까지 폭격을 당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보도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남부 사령부 지휘관 야론 핀켈만 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자발리아와 세자이야의 중심부, 그리고 오늘 저녁부터는 칸 유니스의 중심부에 있다"고 밝혔다.

핀켈만 소장은 "오늘은 테러리스트 사살, 교전 횟수, 지상과 공중에서의 화력 사용에 있어 지상 작전 개전 이래 가장 격렬한 하루"라며 "성과를 강화하기 위해 공격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시작된 지 60일 만에 우리 군은 칸 유니스 지역을 포위하고 있다"며 "우리는 가자지구 북부에 많은 하마스 거점을 확보했고 이제 남부 하마스 거점을 상대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휴전 이후 전투를 재개한 며칠간 하마스의 고위 지휘관을 포함한 많은 대원이 사살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쪽 전투를 피해 남쪽으로 대피한 피란민을 포함한 가자 주민들이 남부에 몰려있는 만큼 민간인들의 희생 또한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중 80%가 집을 잃었으며 이들 대부분이 남쪽으로 피난했다고 전했다. 남부 지역은 현재 평소 인구의 3배가 밀집돼 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이스라엘군이 칸 유니스의 북쪽 데이르 알발라 주택을 공격해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현지 슈하다 알 아크샤 병원의 에야드 알 자브리 병원장은 최소 4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칸 유니스의 주요 병원인 나세르에서는 부상자들이 구급차, 차, 트럭, 당나귀 수레 등을 타고 실려 왔으며 생존자들은 이재민을 위한 대피소로 사용되는 학교에 공습이 있었다고 전했다.

휴전이 결렬된 이후, 이스라엘 측은 온라인 지도 등을 통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해야 할 지역을 알렸으나 주민들은 마을과 대피소가 이미 포화상태며 대피 지역으로 알려진 곳에서도 폭격이 일어나고 있어 안전한 곳은 없다는 입장이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확대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칸 유니스의 주민들은 다시 짐을 꾸려 이집트 국경에 위치한 라파로 향하고 있다. 알자지라의 타렉 아부 아즈움 기자는 라파에서 "좁은 땅이 야외에서 야영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물과 위생이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파는 이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남은 마지막 피난처이지만 이 지역에서도 폭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의 토마스 화이트 국장은 "라파의 인구는 일반적으로 28만 명인데 이미 약 47만 명의 실향민을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리처드 페퍼콘은 "칸 유니스, 라파를 포함해해 곳곳에서 강화된 폭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도 "공습보다 질병 확산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UN 기관은 전쟁 동안 급성 호흡기 감염, 옴, 설사 등 전염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