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방송3법 부결, 법안 폐기…조희대 대법원장 임명안은 통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 개정안과 방송 3법 개정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되어 최종 폐기됐다.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재의의 건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재석 의원 291명 중 찬성 175명, 반대 115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노란봉투법은 쟁의행위 범위 확대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 3법 개정안 재의의 건도 모두 부결됐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등 외부로 확대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방송법 개정안과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291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3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291명 중 찬성 176명, 반대 114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취임 이후 세 번째 거부권 행사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반대에도 이들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법안이 부결되면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한편 이들 법안이 부결되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 국민 선전포고"라며 맹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서 두 안건이 부결된 직후 국회 본청 내 계단에서 정부·여당을 향한 '거부권 남발' 규탄대회를 열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참 비정한 대통령, 참 야박한 여당"이라며 "방송3법, 노조법 물론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기존에 거부된 법안까지 모두 합쳐서 다시 준비하고 다시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노력이 윤석열 대통령의 오기와 불통 앞에 좌절됐다"며 "윤 대통령은 극도로 절제되어야 할 거부권을 상습적인 국회 무시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국민과 계속 싸우겠다면, 더불어민주당도 더이상 대통령에게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하청 정당을 자처한 국민의힘은 부끄러운 줄 알라. 오만한 대통령과 비루한 여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무기명 전자 투표에서 출석 의원 292명 중 찬성 264명, 반대 18명, 기권 10명으로 가결됐다.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요건이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대거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의총에서 '자율 투표'로 방침을 정했다.

앞서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조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 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원만하게 채택,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의 무난한 가결이 예상됐다.

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후보자는 고위공직 후보자에게 흔히 보이는 개인 신상과 관련한 도덕성 등 문제 제기가 거의 없었다"며 "(청문회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 9월 24일 퇴임한 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장기간 이어진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74일 만에 해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