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군부대 지휘관의 출마 요청에 수락
크렘린 "출마 선언, 사전에 계획된 것 아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열린 조국 영웅의 날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3.12.08 사진=로이터통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특별군사작전'에 참가한 군인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특별군사작전' 참가 군인들을 초대해 훈장을 수여한 뒤 내년 3월 17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출마 선언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스파르타 대대 지휘관인 아르툠 조가 중령이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선거에 나와달라고 요청하자 이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장을 받은 전사자의 어머니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도 푸틴에게 대통령을 계속 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이며 다른 길이 없는 것을 이해한다"면서 "대통령직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연임 도전 여부에 말을 아끼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출마 선언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질문을 받아 즉흥적으로 답했다"며 "전쟁 영웅들의 요구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스파르타 대대를 이끌고 싸웠던 조가 중령의 요청으로 출마에 동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푸틴이 돈바스 지역 점령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보여준 방증"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중이다.
특별군사작전의 지시자인 푸틴 대통령이 군부대 지휘관의 대선 출마 요청을 수용하면서 러시아가 서방과 맞서기 위해 푸틴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진단했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47세였던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권한 대행을 맡으면서 처음 권력을 잡았다. 이후 지금까지 24년간 실권을 유지해왔으며 내년 5선에 성공하면 2030년까지 권력을 연장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