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간 등기명의신탁 이용한 아들, 건물 인도 소송 제기
아버지, 아들에 맞서 치매에 걸린 유모 성년후견인 자처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연합뉴스
등기명의가 자신의 명의로 돼 있다는 점을 이용한 전문직 아들이 과거 아버지의 유모였던 90대 여성을 오피스텔에서 내쫓으려고 하자 유모의 편에 선 아버지의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이 올해의 법률구조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9일 대한법률구조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이상주)는 40대 아들 A씨가 90대 여성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소송 항소심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유지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B씨는 A씨의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집에서 함께 살며 유모일과 집안일을 해왔다.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집을 나온 B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폐지를 주워가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버지는 2014년 7평 크기의 오피스텔을 매입해 B씨가 거주하도록 했다.
매입 당시 소유 명의는 아들인 A씨로 했다. 유모가 사망하면 오피스텔을 아들에게 넘겨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2021년 아들 A씨가 이를 이용해 B씨를 상대로 그동안 내지 않았던 임차료 1300만원 지급과 함께 오피스텔을 비워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버지는 자신을 키워준 유모를 오피스텔에서 내쫓으려는 아들에 맞서 치매에 걸린 B씨의 성년후견인을 자처했다. 또한 아들 명의로 오피스텔이 등기된 것에 대해 무효라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도 진행했다. 다행히 오피스텔 매매 당시의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 사실을 법정에서 증언해 B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1심 재판부는 "오피스텔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아버지"라며 아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아들 A씨는 욕심을 부리다 90대 유모를 내쫓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피스텔마저 잃게 됐다.
B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김기환 변호사는 "명의신탁 법리에 따르면 승소가 쉽지 않은 사건이었다"며 "길러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 아버지의 의지가 승소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