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 심판정.
국무총리 산하 조세심판원(원장 황정훈)이 지난 5일 열린 '2023년 납세대상 시상식'에서 납세자 권익 보호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납세자권익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7월부터 조세심판원의 수장을 맡고 있는 황정훈 원장은 '빠른 일 처리'를 주된 업무 목표로 삼으며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현재 행정심 단계(필요적 전치주의)의 조세불복은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국세청 심사청구 등 3갈래로 나뉘어 있다. 이 중에서 유독 심판원에 납세자들의 발걸음이 쏠리고 있다. 2022년 기준 처리대상 사건의 수는 1만4814건(이월사건 포함)으로, 국세청 내 납세자의 법적 구제장치인 심사청구(681건) 건수보다 월등히 많았다.
문제는 사건을 처리하는 시간(평균 처리일수)이 늦다는데 있다. 작년 심판청구 기준 평균 처리기간은 234일로,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한 법정처리기한(90일)을 훌쩍 넘겼다. 2021년(196일)에도 법정처리일을 한참 밑돌았다.
이에 황 원장이 취임(2022년 7월)한 이후 강조한 조직목표는 '신속한 사건처리'였다. 이러한 채찍에 더해 '당근' 전략을 제시했다. 당시 황 원장은 "사건처리실적 등을 바탕으로 반기별 우수심판인을 선정해서 포상하겠다"고 했다. 특히 '일'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한 제도 손질도 이루어졌다. 올해 4월 '납세자 권리보호 강화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방안엔 사건배정횟수 확대·표준처리절차 폐지·심판조사관(과장) 직접처리·조정검토 기간 단축·소액사건 범위확대 등이 담겼다.
올 9월 현재 심판청구 처리건수는 1만7827건으로, 이미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렇게 세금 불복이 급증한 상황에서, 평균처리일수를 대폭 줄였다는 게 심판원의 설명이다. 올해 세액·세목별 청구사건, 장기미결사건 현황 등이 담긴 조세심판통계연보는 내년 2월쯤 발표된다. 납세자 입장에선 과세관청과의 세금분쟁이 빠르게 해결되면, 납세협력비용 등 부담을 덜 수 있다.
최근 들어 준(準)사법기관으로서 격을 갖췄단 평가도 많다. 올 6월 조세심판원은 정부세종청사 4동(3층)으로 둥지를 옮겼다. 심판원이 세종시로 이전(2021년 12월)한 지 10년 만이었다. 그간 심판원을 두고 "대표적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대표격을 꼽자면 의견진술인에 대한 편의시설 부족이다. 청사를 이전한 뒤엔 의견진술인 대기실을 만들고, 법원에서 도입한 심판관회의 진행 상황(이름 비실명화)을 볼 수 있는 전광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매년 최하위 바닥권에서 머물던 '청렴도 등급(권익위 주관 평가)'도 지난해 1등급으로 끌어올렸다. 첨령도 우등생으로 평가를 받은데는 부패 이미지를 떨치기 위한 황 원장의 내부개혁(반부패추진계획 수립 등)이 크게 한몫했단 평가다.
황 원장은 "조세 권리구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납세자가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권리구제 절차 홍보에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