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채용, 직무적합성 보다 문화적합성을 중시

2024년 채용 트렌드를 관통하는 흐름은 '문화적합성'이다. 즉 '컬처핏(culture fit)'이란 말 그대로 지원자와 기업의 조직 문화가 부합하는 정도를 뜻한다. 기업의 조직 문화가 2030을 주축으로 한 젊은 사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기업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달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최고의 인재(Best Person)'보다 '적합한 인재(Right Person)'를 찾고 있다.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려는 기업 간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 차원에서 폭넓은 인재 유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식은 가르칠 수 있지만 가치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무리 높은 성과를 내더라도 회사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사람은 회사로선 골칫덩어리일 뿐이다. 채용 담당자의 판단과 선택이 회사의 앞날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용을 통해 직원이 된 사람들이 결국 조직 문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중요했다면 2024년에는 '일하는 가치'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직업 가치관의 변화로 일의 의미를 깨달으면서 일하는 태도가 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그동안 채용을 할 때 직무 적합성(Job Fit), 조직 적합성(Organization Fit)을 활용해왔다. 실무 면접은 현업 팀장, 선임자 등이 참여해 직무 역량을 중심으로 직무 적합성을 확인하고, 임원 면접은 인성과 조직 적합성 여부를 중심적으로 평가했다. 구글,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등 세계적 기업의 경향을 살펴보면 직무 적합성, 문화 적합성, 동기부여 적합성(Motivation Fit) 3가지를 활용하고 있다.

이제 직무 적합성보다 조직 적합성을 어떻게 쌓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조직 문화에 적합한 직원을 뽑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업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제 지원자가 조직 문화에 얼마나 적합한지 여부가 채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컬처핏 인터뷰는 지원자가 지원한 직군의 리더, 경영진, 피플팀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다. 컬처핏 인터뷰에서는 기업의 비전에 얼마나 공감하는지, 일에 재미를 느끼는지 등 기업의 조직 문화와 잘 어우러지는 인재인지 살핀다. 컬처핏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지원자의 동의를 받아 레퍼런스 체크가 이뤄질 수도 있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구성원의 합류가 늘어나면서 조직 문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근무해온 구성원과 새롭게 합류한 구성원이 잘 어우러지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펙이 뛰어난 인재를 모으는 것보다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채용 과정과 관련해서도 조직 문화는 날로 유연해지고 있다.

 최근 채용 전문 포털 사람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447개 사 중 84.1%가 조직 문화의 유연화에 동의했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구성원의 의식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조직 문화의 유연화에 노력하고 있는데, 그 방안으로는 복장 자율화, 직원 소통 행사, 근무시간 자율 선택 등이 언급됐다. 일례로, 티몬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 요소) 레벨 제도'에 따라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직원 개개인의 성과에 따라 급여 구간별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오르면 다음 달 월급이 바로 인상되는 형식이다.

그러면 왜 컬처핏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을 채용해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칠 순 있지만 가치관은 바꾸기 어렵다.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내더라도 조직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사람을 채용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다. 컬처핏에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미국의 경영학자 미첼 쿠지(Mitchell Kusy)에 따르면, 어떤 조직이든 5% 정도 '썩은 사과(Rotten Apple)'가 있다. 상자를 가득 채운 싱싱한 사과들 가운데 썩은 사과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바이마르공화국 2대 대통령 파울 폰 힌덴부르크(Paul von Hindenburg)의 죽음 이후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일개 당원에서 총통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썩은 사과를 방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악이 선을 넘어뜨린 것이다. 조직 내 존재하는 '썩은 사과'들은 자신이 썩은 사과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부족한 실력을 인정하기는커녕 의무보다 권리를 내세우고, 팀의 공익성을 배제하고, 자신의 이익을 탐닉하고, 비전을 제시하기보단 다른 팀원들을 재촉해 성과를 내세우기 급급한 몰염치한 모습을 보인다. 조직 내 썩은 사과는 도려내야 한다. 채용은 순간이지만 그로 인한 영향은 조직에서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이다.

2023년 채용 트렌드에선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면 2024년 채용 트렌드에선 '일하는 문화'가 바뀔 전망이다. 그동안에는 일하는 방식이나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그 기술을 활용해 어떤 문화를 만들 것인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용은 기업에 자신의 브랜드 스토리를 알리는 과정이 될 것이며, 지원자에게 개인의 스토리 조각을 맞출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채용 담당자가 지원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일하는 문화'를 더 중시하는 채용트렌드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