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증권거래법 등 증권관계법을 다뤄온 전문가들은 검찰이 제기한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해 "개연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직접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주가 조작사건의 성격상, 검찰의 입증 수완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 허위표시에 의한 시세조종 혐의 짙어 = 2003년 11월 당시 상장회사였던 외환카드는 경기 후퇴조짐과 무리한 카드발급 등의 후유증속에 그해 3.4분기까지 영업수익이 1조259억원으로 전년보다 12.6%나 감소하고 누적 적자는 4천111억원에 이르는 등 경영사정이 극히 어려웠지만 회생카드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이미 6월에 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9월말 외환카드 지분 43.9%를 갖고 있던 1대 주주 외환은행의 주인이 론스타로 바뀌면서 추가 자본확충시 출자비율과 방안을 놓고 론스타측과 2대 주주(24.7%)인 올림푸스캐피털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간 의견대립이 여전했던 11월17일 무렵부터 주식시장에서는 외환카드가 감자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급기야 6천700원이던 주가가 불과 7거래일 사이에 2천550원으로 폭락했다.
이에 힘입어 론스타는 올림푸스캐피털을 비롯한 소액주주들로부터 싼 값에 주식을 사들일 수 있었고 결국 외환카드는 감자없이 외환은행에 합병됐다.
론스타측은 법정 싸움 과정에서 당연히 "사정이 달라졌다"는 점을 감자 미실시 이유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론스타가 감자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정황'은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1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서 "외환은행은 2003년 11월14일 금융감독원에 보낸 공문에서 외환카드에 감자와 합병 등 경영개선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사흘 뒤인 11월17일 외환은행 이사회는 올림푸스 캐피털의 외환카드 주식을 주당 5천30원에 매입하는 방안을 집행부에 위임했다"고 지적했다.
외환카드 감자명령을 요청한 외환은행이 액면가보다도 높은 값에 주식매입을 결정한 것은 외환은행과 그 대주주 론스타가 감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는 결국 '허위표시에 의한 시세조종'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법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 유관기관의 증권법 전문가는 "내부자가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언론 인터뷰나 공시, 재무제표 등 대외적 의사표시에 의해 주가를 움직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론스타가 실제 감자의도가 있었다면 이사회 결의 내용을 담은 회의록 등 증거를 제시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추후에 사정이 바뀌었다며 감자를 번복하는 결정을 했다는 입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개연성 있어도 입증 과정은 험난할 듯 = 하지만 검찰 수사 등에서 나타난 개연성과 혐의 입증은 별개의 문제로 쉽지 않다는 지적을 무시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감독 당국까지 나서 주가 조작 혐의를 제기했던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M&A 발언 사건이 결국 1심 재판에서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법무법인 한결의 김태휘 변호사는 "실제 대주주가 주식을 싸게 사들일 목적으로 불리한 루머를 퍼뜨리는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 사건도 개연성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단순 고의 이상의 (주가조작) 목적이 있었는 지 검찰의 입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이 어느 정도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지 외부에서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주가 조작 사건 대부분이 직접 증거 확보가 어렵고 간접.정황증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실제 론스타에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점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좋은 기업지배구조 연구소장 김선웅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중요한 것은 론스타가 실제로 감자를 계획하고 있었느냐는 것과 함께 '감자 검토' 루머가 퍼지는 과정에서 내부자가 얼마나 개입했는지 등일 것"이라며 "결국 론스타의 고의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