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화국…'총'보다 강한 '칼'의 노래(?)

시대가 80년대 신군부 쿠데타 집단의 '총'에서 갑자기 한 세대를 지나자 '칼'잡이들의 나라로 퇴행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에다, 그 수하 중 한명이던 검사 출신의 법무부 장관이 10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있는 집권 여당의 비상한 체제를 접수하러 왔다.

달랑 '검' 하나 들고 말이다. 하긴 그를 가끔 '조선제일검'이라고 부르기도 하니 달랑 검하나 들고도 무서울 게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의원들 모두가 바보가 아니라면, 정치 이력이 전무한 검사 출신으로, 대통령의 아바타라 일컫는 분을 난파선의 선장으로 영입한다는 게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해되는 면이 없지 않으니,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 뒤에 자칭 '영업사원 1호'인 VIP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상식적인 시각일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그 '1호 영업사원'은 김기현 당 대표를 세우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또 인요한 혁신위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퇴행하는 국정운영과 당정 관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과거 '1호 영업사원' 역시 정치 초년생임에도 금이야 옥이야 영입해서 임금(王)의 자리로 비유되는 대통령에 옹립한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 '영업사원'은 최근 재벌 회장님들과 해외와 국내를 넘나들며 술자리와 떡볶기 등 먹방을 즐기느라 매우 바쁜 모양새다. 그리고 부인의 '명품 백' 선호 때문인지, 처가의 '땅사랑' 때문인지 매우 골치가 아플 것 같다는 다소 측은한 생각도 든다.

영화 '서울의봄'이 10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21일 오후 현재 누적 관객수는 930만 명으로 알려졌다.

80년 '서울의 봄'은 민주주의와 국민의 인권을 짓밟던 독재자 박정희가 신복 김재규의 총탄에 스러지면서 잠시 잠깐 국민들에게 찾아온 30년간의 겨울 공화국을 끝내고 맞이한 찰나의 봄을 상징하는 표징이다.

그러나 전두환과 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군부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등에 업고 일으킨 군부 쿠데타와 이어진 5공화국의 수립으로 그토록 바라던 봄은 끝내 군홧발에 짓밟혀 피어나지 못했다.

영화 '서울의봄'은 일시적 국정 공백 상태이던 79년 12월 12일 밤, 쿠데타 세력과 이를 진압하려던 군인들과의 긴박했던 9시간 동안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심박수 챌린지'라는 유행을 불러 온 '서울의봄'은 쿠데타 세력의 우두머리 전두광에 대한 분노와 이에 맞서는 이태신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이 교차한다.

숨가쁜 9시간의 대치는 결국 쿠데타 진압에 성공하지 못한 이태신의 좌절과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광 신군부 세력의 기념촬영과 함께 엔딩 자막이 올라간다. 그리고 그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장중하게 울려퍼지는 군가에 묶였는지 관객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한 세대를 뛰어 넘어 묘하게도 우리 마음속에 오늘날 윤석열 정부의 막무가내 국정 운영과 당시 군부의 모습을 데칼코마니처럼 연결시킨다.

군인들의 '총'과 '탱크'는 검사의 '칼'(수사권, 기소권, 불기소권)로, 군부 사조직 '하나회'는 검찰내 윤석열 사단의 '특수통 검사들'로, 당시 무소불위의 '군부'는 오늘날 매일 압수수색을 일삼는 '검부'로 묘하게 겹쳐지니 말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한동훈 장관이 임명됐다는 소식은 더욱 그 데칼코마니를 칼라에서 흑백으로 색채감을 삭제하는 효과까지 불러온다. 전두환에서 노태우로 이어지던 계보가 윤석열에서 한동훈으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퇴행의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뉴스는 올 겨울 들어 가장 맹위를 떨친 영하 20도의 체감온도보다 더 우리들의 생각을 '절규'(뭉크의 '절규')로 형상화 하도록 강요한다.

이미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 그리고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한 언론계와 공공기관들까지 곳곳에 '칼' 찬 검사들과 그 부역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나 차지하려하고 있다.

조국 전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과거 군부쿠데타가 총, 칼, 땡크를 쓰는 '경성'(硬性) 쿠데타였다면, 검사들의 '검부(檢府)독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바탕으로한 '연성'(硬性) 쿠데타로 칭할 수 있을까.

어찌됐든 한동훈 비대위 체제는 우리 정당사에서 정치 부재와 함께 당정 관계에서 건강한 당내 민주주의를 소거하는 퇴행으로 읽힌다.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지지자들 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퇴임사에서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부디 앞으로의 정치 행보가 그렇게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