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궁금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쭙잖게 역술인의 괘(卦)를 믿을 수는 없다. 신(神)의 응답을 기다린다는 것도 마뜩잖다. 최근 이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만한 인공지능(AI)이 등장했다. 덴마크에서 6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여명(餘命)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라이프 투 벡, Life2vec)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사망 확률을 78%까지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니 가히 놀랄만하다.우리나라도 수명(壽命)에 관한 데이터를 관리한다.
매년 12월이면 통계청에서 공개하는 국민 수명에 관한 자료가 언론지 상에 등장한다. 앞으로 얼만큼 더 살 수 있는지를 예측·분석한 소위 「생명표」라는 이름의 통계자료다. 「생명표」는 현재의 연령별 사망 수준이 유지된다면 특정 나이의 사람이 향후 몇 세까지 살 수 있는지를 추정한 통계표이다. 이 자료를 통해 기대여명(Average remaining life expectancy, 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을 확인할 수 있다.
「생명표」는 예언서가 아니다.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기대수명은 늘었는지 줄었는지, 남녀 간 수명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대여명은 매년 꾸준히 늘어났으나 올해는 1970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2022년에 태어난 사람의 예상 수명은 2021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예상 수명보다 0.9년이 줄어든 82.7년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좋지 않은 소식이다. 그리고 남녀 간 수명 차이는 5.8년으로 나타났다. 1985년에 8.6년을 정점으로 해가 갈수록 좁혀지는 추세다. 가장 큰 이목을 끄는 내용은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는가?'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생명표」에 따르면, 필자의 기대여명은 24년 남짓이다. 24년 뒤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인가?
「생명표」 속에는 세금의 DNA가 흐른다.
금전 채권인 정기금(定期金)은 일정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금전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종신정기금 · 연금 · 보험금 등이 대표적이다. 정기금에 가입한 사람이 많다 보니, 관련 채권을 상속(증여)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세금을 산정할 때 종신 정기금(특정인의 사망 시까지 수령)의 경우 상속(수증) 받은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더 살 것인지(수령 기간)를 반영하여 자산 가액을 평가한다(상속증여세법 §65①, 동법 시행령§62). 수령 기간을 정함에 있어 사망(死亡) 시기는 통계청의 기대여명 연수에 따른다. 앞으로 몇 세까지 더 살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기대여명 연수가 당신이 더 살 수 있는 시간이다.
기대여명과 실제 수명은 다르다. 통계청 「생명표」는 매년 사망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생존자의 향후 평균 수명을 추정한 통계자료다. 「생명표」에는 수명 연수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적 여건, 건강 상태, 직업, 가정환경, 결혼 여부 등이 반영됐다는 설명은 없다. 확률적 통계이다 보니 일시 우발적 사건·사고로 인한 특정인과의 관계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생명표」는 태어난 연도가 같으면 사망 시기도 같다. 평균적으로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개별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세금을 매길 때 적용한 「생명표」상의 기대여명 연수보다 더 오래 살게 된다면 국가가 세금을 적게 부과한 셈이다. 반대로 기대여명 연수보다 더 짧은 생(生)을 산 사람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거둔 것이다. 기대여명 연수가 20~30여 년이었던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1년 만에 세상을 떠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금 부과 당시는 간접 자료에 의해 과세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사정이 납세자에게 억울한 일이 생겨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명표」상 기대여명을 적용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추계과세(일반적인 방식으로 세금 산출이 불가능하여 간접 자료로 정부가 결정)와 같아서 이후에 과세 근거가 확인된다면 바로잡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할 것이다.
기대여명보다 더 오래 사는 경우(국가가 세금을 적게 부과한 사례)라면 그 이후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기타소득 등으로 분류하여 소득이 지급될 때마다 원천징수할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애초 소득 수령자에게 과다하게 부과한 세금 상당액을 이후 상속인의 상속 세액에서 공제해 주거나 되돌려 주면(환급) 된다. 국세기본법상의 경정 등 청구(국세기본법 §45의 2)의 대상이 된다면 염려할 것도 없다. 절차적으로 장기 사후관리가 필요하지만, 국세청의 빅데이터 운영 시스템 측면에서 크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어디선가 덴마크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있을지 모른다. 더욱 정확하게 '당신이 얼마나 더 살지' 국가가 알게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현)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현) (사)대한바둑협회 임원(이사), 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분과실행위원회 위원,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