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15만가구 분양…24년만에 최다

새해 전국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아파트 분양 물량이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15만 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3년간 분양 지연이 이어져 평균 정비사업 실적이 계획대비 45% 수준에 그쳤고 올해 주택시장 불황이 점쳐지면서 실제로 분양까지 진행될지는 미지수이다.

부동산R114는 연내 전국에서 정비사업 분양계획 아파트가 모두 14만 7185가구로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다 물량으로 가장 실적이 저조했던 2010년 2만 7221가구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8만 8862가구, 지방 5만 8323가구로 나뉜다. 서울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많은 4만 5359가구가 몰렸으며 이 가운데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16곳, 1만 8792가구가 집중됐다.

전반적인 분양가의 상향 평준화 속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공급이 이뤄질 예정으로 수요자 관심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래미안원펜타스 등 8개 단지, 6847가구가 작년 이월 물량이고 최근 분양 지연이 보편화된 만큼 공급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일부 사업지의 경우 연내 분양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외 수도권에선 경기 3만 7560가구, 인천 5943가구로 집계됐다. 지방은 부산 1만 4435가구, 광주 1만 876가구, 대전 8124가구, 충북 6527가구, 전북 4951가구, 충남 3387가구, 대구 3186가구, 경남 2532가구, 울산 2033가구, 강원 1502가구, 경북 770가구 순으로 조사됐다.

부동산R114는 올해 다수의 정비사업 물량이 몰린 요인으로 낮은 미분양 리스크를 꼽았다. 기반시설이 양호한 원도심에 위치해 수요 확보에 유리할 뿐 아니라 조합원분을 제외한 물량만 일반분양되기 때문에 공급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 등 시간·비용상 문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도 분양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반면 계획물량의 실적화는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 판단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 하락과 분양가 상승 등으로 매수자 관망세가 계속되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조달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시장 분위기가 호전된 후에 분양을 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수 있다"면서 "조합 추진 정비사업은 변수가 많아 계획대비 실적이 저조한 편으로 연내 예정물량 중 절반 정도만 분양에 나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비사업 아파트 청약을 계획한 실수요자는 원하는 사업지의 분양 일정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강남권 단지를 제외하면 분양가 상승으로 시세 대비 경쟁력이 낮아진 상황인 만큼 주변 급매물과 가격 비교 후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