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효율성 확대·소득파악 자신…"안심해도 될 것"
오는 2009년 도입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중인 사회보험 적용·징수통합공단 설립과 관련, 전문가들은 대체로 큰 방향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었으나 세부방안들에 대해서는 적지않은 우려를 나타냈다.
6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사회보험 적용·징수업무 통합을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는 국세청 산하의 징수공단 설립으로 인해 업무의 효율성이 확대되고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과 사회보험을 회피하는 사각지대 확대 및 조직간 책임회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대립되는 양상을 보였다.
학계·시민단체·연구기관 등의 전문가들은 사회보험 적용·징수통합공단 설립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해결되기 위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오는 2009년 도입이 다소 이르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면 이희수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국장 등 정부 관계자들은 소득파악에 자신이 있으며 올해 안으로 입법이 완료되면 2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국세청의 사회보험 징수업무통합으로 인한 업무효율성 제고 및 예산절감 효과와 보험 가입자간 형평성 측면에서도 많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이날 토론자들의 발언요지.
■ 김상호 관동대 국제경제학과 교수="징수율 상승 관건, 사각지대 확대 우려"
-사회보험징수업무의 통합으로 인해 최대 50%의 인력 절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징수율이 기존 징수율보다 높아져야 한다. 징수율을 높이지 못하면 징수인력감축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현재 징수율은 사회보험별로 85~100% 근접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건강보험 소득파악률은 국세청보다도 높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세청 징수공단의 징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공단 성패를 좌우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또한 사각지대를 오히려 확대하는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영세사업자의 경우 본인이 희망하는 사업자 보험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일부 영세사업자는 산재보험료 납부를 기피할 수 있다. 사회보험징수업무가 통합되면 소득파악은 더욱 확실히 되는데 반해 사업자가 지불능력이 부족할 경우 결국 모든 사회보험료 납부를 기피하게 돼 징수율이 하향 평준화될 우려가 있다.
■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시장 연구본부장="8년 전과 정부입장 달라진 원인 설명해야"
-지난 1998년 당시 국세청이 사회보험료 통합징수 대행기구로서 통합방안에 대해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서 적극 반대했었는데 지금은 국세청에서 통합징수공단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대안으로 떠올랐는지 배경설명이 필요하다.
사회보험료 부과기준 통합과제도 당초 소프트웨어(정보)를 통합 후 하드웨어(기관)를 통합해야 한다고 했는데 8년이 지난 지금은 공단의 업무를 통합하고 난 후 소프트웨어를 통합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설득력 제고에도 도움될 것이다.
■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경영혁신본부 본부장="징수공단-보험공단 인사교류 고려 필요"
-징수 중심에서 서비스중심으로 가야한다. 사회보험징수업무가 통합되면 근로자(공단직원)들의 애착심이 향상될 것이며, 정부 재정 측면에서는 국가재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로서 징수공단과 보험공단과의 정기적 인사교류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 본부장="조직간 책임 떠넘기기 가능성"
-각 제도를 맡고 있는 4대 공단과 징수공단이 별개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그 피해는 가입자들이 고스란히 겪게 된다. 공단관리의 가장 큰 현안인 사각지대 해소문제는 오히려 사업자의 책임경영 실종 측면에서 더 염려된다. 과연 징수통합공단으로 징수와 관리가 분리됐을 때 이 정도의 고려가 들어갈 지 의문이다.
현재 징수인력 중 대다수가 미가입 사업장을 개발하는데 노력하고 있는데, 통합징수공단 업무를 보면 이러한 업무가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 책임은 각 보험공단이 가진 부담을 징수공단이 현재보다는 적은 수준으로 가져갈 우려가 있다.
징수공단이 각 공단의 징수인력을 통합하면 굉장히 큰 조직이 탄생하는데, 과연 각 공단 위에서 별도의 신설공단이 필요한 것인지 심각히 생각해 봐야한다. 그 자체가 관료화되고 비효율성이 커질 가능성 있는데 그에 대한 견제장치 등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이는 단순히 징수라는 업무영역으로 한정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할 가능성 있다. 아울러 2년의 준비기간동안 4대 보험의 복잡하고 서로 다른 특성 감안할 때 그 시간 내에 추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EITC-사회보험 연계방안 검토 필요"
-큰 방향에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보완될 점은 법의 목적에서 업무 통합으로 인한 효율성이 너무 부각됐고 공급자 위주 방안이라는 점, 가입자와의 의사소통 내용 등이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다. 또한 보험료 연체자 규정 필요성은 도덕적 해이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공감하지만 생계형 연체자에게 그러한 가혹한 형벌 가하면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징수업무를 국세청에 이관할 경우 영세 자영업자 소득파악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사회보험료를 안내면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회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징수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서구 EITC(근로장려세제)도입배경을 보면 사회보험 증가로 인한 저임금 근로자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한 것인데 우리나라도 EITC와 사회보험과의 연계를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새로운 비효율성 낳을 우려"
-사회보험징수업무 통합의 방향은 맞는데 방안은 맞는 것인지 봐야 한다. 방안이 맞으니까 방향이 맞다고 설득을 해야하는데, 오히려 방안이 방향을 그르칠 우려가 있다.
적용이나 부과라는 의미는 (집행 측면에서)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현재 선진국에서 하는 '징수'만 해야 하는데 부과, 적용을 함께 하면 업무의 중복우려가 있다. 기존 공단의 잔존업무가 남을 것이며, 업무를 남겨줘야 할 또 하나의 업무가 필요하게 될 수 있다. 결국 관리효율성을 위해 마련된 방안이 새로운 비효율성 낳을 우려가 있다.
관리운영비 부담은 국고로 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징수통합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게 수수료 문제다. 독일의 경우 수수료 관련규정만 책 한 권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좀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2009년 추진목표는 다소 촉박"
-사회보험징수업무를 통합하면 보이지 않는 낭비 및 중복요인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4대 보험의 조직, 전산망, 이해관계 등이 달라 어려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징수공단 신설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며, 시간이 흘러 그것이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 볼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공무원 수와 지사를 늘리게 될 경우 오히려 비효율을 낳을 우려를 해본다. 또한 징수공단이 설립되면 기존 개별공단과의 역할분담 얼마나 해서 가입자 입장 편익을 증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며, 오히려 모호한 업무공백이 생길 수 있지 않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오는 2009년 추진목표 일정은 다소 촉박한 감이 있으며, 2008년 노인수발보험 도입 등과 관련한 시차극복과 함께 옮겨갈 수 있는 인력 재배치를 위한 직원 교육 등도 시급한 문제아.
■ 이희수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국장="소득파악 자신있다, 안심해도 될 것"
-사회보험료 통합징수는 징수 효율성과 형평성 제고문제가 핵심이다. 인력재배치로 인한 신규서비스로 '윈-윈 게임'이 되면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형평성을 높이려면 각 보험 가입자의 소득파악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동안 국세청의 주 업무가 각 납세자의 소득파악 후 적절한 세금부담을 해왔던 것인 만큼 국세청의 노하우가 발휘되면 잘 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소득파악을 위해 비정규직 지급조서 제출, 2008년 EITC 도입,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소득공제 등을 실시하는 한편,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도 세원투명성 제고방안으로 직불카드 인센티브 강화, 과세당국의 금융거래정보 제공범위 확대, 각종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 가산세 기준 강화 등을 반영했다.
이러한 방안이 너무 졸속 아니냐는 지적도 간혹 있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는 세원투명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었다. 정부는 소득파악에 자신있다. 지난 10년 사이에 소득파악 인프라가 많이 개선돼 이제는 사회보험 징수업무가 통합돼도 별 문제가 없다. 안심해도 된다.
관련 법안은 올해 내 입법을 추진한다는 원칙 하에 최대한 빠른 시일내 추진할 것이며, 계획대로 되면 이번 주 금요일 차관회의에 상정될 것이다.
■ 배병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팀장="영세사업장 근로자에 큰 힘, 고소득자 고의체납 대처수단 마련될 것"
-건강보험 가입자 4700만명 중 60%가 직장가입자, 40%가 지역가입자인데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지역가입자 분류돼 보험료 전액부담하고 있다. 이들이 직장가입자로 편입되면 보험료 부담 완화될 수 있는 사회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 징수공단 설립 및 소득파악률이 높아지면 이들 영세사업자에 힘과 보탬이 될 것이다.
반면 고소득전문직의 사회보험료 고의 체납이 상당히 많았는데 징수공단으로 인해 이들의 탈루에 대해 좀 더 강력히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될 것이다. 관리운영비 비중은 오는 2008년 노인수발보험법 제정, 국민연금수급권 제정으로 인해 더 많은 인력소요가 예상되는데, 인력 재배치로 인한 효율성 측면에서 징수공단 설립은 올바른 방향이다.
■ 조정호 노동부 노동보험심의관="효율성 제고, 국민 서비스 확충 기대"
-징수분야 업무가 새로운 징수공단으로 넘어가면서 기존 인력 및 업무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산재보험 재정에 있어 요양관리 및 근로자간 요양-급여 효율성 및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사회보험 징수공단이 이러한 효율성을 제고한다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서비스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산재보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는 새 징수공단 인력으로 남는 인력을 효율화하는 쪽으로 입장 정리하고 있다. 또한 전산망의 연계차원에서 어떤 정보가 흘러 다니느냐가 문제인데 가장 효율화된 통합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한다면 많은 문제 야기하지 않고서 새로운 국민 서비스 확충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