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금통위원들, 추가 금리인상 없이 물가안정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
"물가 목표수준 2%대에 부합하기 전까진 금리인상·인하도 못하는 상황"
"태영發 부동산 PF 문제, 인하 요인이지만 개별 이슈만으로 인하결정 어려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이날 오전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 4, 5, 7, 8, 10, 11월 기준금리 동결에 이어 여덟 번 연속 동결 결정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견고한 고용지표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매파적으로 확인되며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국채금리는 반등하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를 보이며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태영그룹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확산되며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45조1000억원 늘며 전년(+27조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1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2000억원 늘어 전월(2조6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축소됐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한 상황이다. 물가불안 우려 또한 확대되고 있다. 연간 기준 작녀(1~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를 나타내며 2021년 이후 한은의 물가 목표수준(2%)을 웃도는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물가안정'이 최우선이라는 한은의 정책 기조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는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한은의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으며 서비스 물가의 둔화세는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여전히 불안한 물가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이어가기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지난달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전망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외 수요부진 심화, 유가 하락 등의 하방리스크와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 고조에 따른 유가 재급등,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강화, 기상이변 등의 상방리스크가 혼재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신년사를 통해 "한은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겠지만 우리는 반드시 물가안정을 이루어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거듭 물가안정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정책여건의 불확실성 요인을 세심히 살피면서 물가를 목표수준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통화긴축 기조의 지속기간과 최적 금리경로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금통위원들은 추가적인 금리인상 없이도 물가안정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여전히 물가가 한은이 목표로 하고 있는 2%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지도, 인하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작년 11월 경상수지는 40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상품수지도 전년동월 10억달러 적자에서 70억1000만달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월 53억5000만달러 흑자와 비교해 흑자폭은 확대됐다.
수출은 반도체 경기 회복, 對중국 수출 부진 완화 등의 영향으로 2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한은의 연간 전망치 300억달러 흑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 IT 제조업을 제외한 올해 2024년 성장률은 1.7%지만 전체 성장률은 2.1~2.3%로 예상했다. 이는 2.0% 혹은 1%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치다. 경제가 정책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금통위의 동결 결정은 '금융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금융안정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 PF 시장마저 요동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중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3조1000억원 늘어 12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95조원을 기록, '사상 최고'를 또다시 경신했다. 주택담보대출도 5조2000억원 증가했다.
12월중 은행 기업대출은 5조9000억원 줄었지만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기업의 연말 대출 상환 등 계절적 요인의 영향으로 감소한 탓에 1월에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실장은 "태영건설발(發)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등장하면서 금리인하 요인에 해당하는 변수가 발생했다"며 "하지만 전방위적인 거시경제 측면에 어떤 충격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이며 태영건설 이슈만으로 금리인하를 결정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만약 부동산 PF 문제가 금융부실로까지 연결된다면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 금리인하를 고려할 필요성이 생길 수는 있다"면서 "금통위원들은 건설산업의 어떤 부실이 금융부실로까지 전이될 거라고, 당장 금리인하를 할 만큼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이 총재는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재정의 확대와 저금리에 기반한 부채 증대에 의존하여 임기응변식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여러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데 한국은행이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