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표지판 교체 검토한 적 없어"
행안부 "교체 검토할 부서 자체 없어"
허은아 "세금 녹는 소리가 들린다"
◆…비상구 표시등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비상구 표지판에 치마 입은 여성 도안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일부 매체의 보도와 관련해 소방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고 밝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12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비상구 표지판에 여성 도안을 추가한다는 계획은 검토한 적도 없다"며 "오늘 언론 보도 보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비상구 표지판을 설치 및 유지·관리하는 주무부처다.
비상구 도안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진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도안 교체를 논의하거나 검토한 적도 없다"며 "비상구 유도등은 행안부 소관이 아니라 변경 등을 검토할 수 있는 부서 자체가 없다"고 했다.
앞서 일부 언론이 행안부를 인용해 남성만 표시한 비상구 유도등에 여성 도안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비상구 유도등 도안은 1972년 일본 오사카의 한 백화점 화재 이후 일본 정부가 공모를 거쳐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부터 사용돼 왔다.
52년간 사용해온 비상구 유도등 도안 교체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비상구 그림 보고 성별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국민 혈세 낭비하지 마라", "여자는 바지 안 입나", "여러 그림 섞여 있어 봤자 재난상황에 오히려 방해다" "나가는 문이 중요하지 성별을 왜 따지나" 라는 등 비난섞인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나왔다. 허은아 개혁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금 녹는 소리가 들린다"며 "지난 선거에서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표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 마크를 보고 남자만 대피하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며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비상구 마크가 어떻니, 누가 맨투맨 티셔츠를 입었니, 관심도 없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행안부와 소방청은 이날 오후 공동 설명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두 부처는 설명자료에서 "비상구 유도등 도안 변경은 구체적 변경사항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또 언론에 보도된 여성 상징 유도등 픽토그램에 대해 "정부의 시안이 아니며, 임의로 제시된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