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심판부, 건강기능식품 개인간 재판매 권고
"거래횟수, 금액 제한 등 대안 마련하라" 주문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을 진열하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 사회초년생 A씨는 지난 추석과 생일에 직장 동료들로부터 여러 개의 홍삼 제품을 선물 받았다. 하지만 기호에 맞지 않아 제품들을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 새 제품이라 개인 간 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려 했으나, 중고거래 금지 물품이라며 다른 사용자가 신고해 경고 조치를 받게 됐다.
#. 다음 달 출산 예정인 B씨는 지인들과 보건소에서 임신 축하 선물로 받은 철분제 중 아직 뜯지도 않은 2세트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살펴보니 소비 기한도 넉넉해 개인 간 거래 사이트에 글을 올렸으나, 불법이라는 얘길 듣고는 전부 버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홍삼,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개인 간 재판매를 할 수 있게 된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심판부는 16일 회의를 열고,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대규모 영업이 아닌 소규모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했다. 다만, 유통질서 등 측면을 고려해 거래횟수와 금액을 제한하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건강기능식품으론 홍삼,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시장규모는 약 6조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10가구 중 8가구는 연 1회 이상 구매하며, 선물 비중도 약 26%에 이른다.
현재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하려면 영업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 간 재판매 역시 신고가 필요한 영업으로 보고 있다. 영업 신고 없이는 이체의 개인 간 재판매를 할 수 없단 소리다. 국조실 관계자는 "해당 규제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고 있고, 글로벌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고 말했다.
규제심판부는 영업자의 대량 거래가 아닌 개인의 소규모 재판매까지 금지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그림자 규제로 봤다. 실제 대법원 판례에선 '영업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동종의 행위를 계속·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고하지 않은 개인 간 재판매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점도 국민권익을 침해하는 부분으로 봤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에선 모두 개이간 재판매를 허용한다.
규제심판부는 이에 식약처에 "올해 1분기 내 건강기능식품의 소규모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1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시행결과를 분석하고 추가적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제도화할 것도 주문했다. 또 건강기능식품의 허위·과대광고, 불법 제품 유통 등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고 단속·제재를 지속 추진해달라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