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외환카드 감자를 논의한 이사회 회의록 등을 확보했음을 공개하고 정책 당국 관계자까지 구속할 방침임을 내비치는 등 검찰의 칼날이 조만간 론스타 쪽으로 향할 공산이 커짐에 따라 과연 이런 상황에서 론스타가 한국에서 사업을 더 진행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도 함께 고개를 들고 있다.
◆ 외환은행만 팔면 대부분 매각 =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인수를 시작으로 한국에 본격 깃발을 내 건 론스타가 지금까지 한국에 투자한 자금에 대해 정식 집계된 적은 없지만 금융가와 외신에서는 그 규모가 대체로 50억 달러선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자내역도 다양해, 매매차익만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최고의 '대박' 외환은행 외에도 이미 2천800억원의 이익을 낸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동양종금증권 여의도 사옥 등 부동산 투자, 극동건설 등 기업과 부동산, 부실채권에 다양하게 뻗쳤다.
그러나 론스타는 외환은행이 검찰의 수사선상이 오르기 이전에도 '사모펀드 답게' 대량해고 등 구조조정과 고배당 등으로 "기업의 '단물'을 모조리 빨아먹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시장 안팎의 저항을 받아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2004년 말에는 외환은행이 주채권 은행인 동아건설의 매각에 뛰어들어 동아건설과 더불어 대한통운 인수를 노렸으나 "채권은행의 대주주가 다른 입찰자에게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은 채 입찰에 참가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물러섰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한국리스여신의 인수가 채권단의 동의 부족으로 무산되는 등 지난 2년간 눈에 띄는 투자실적은 발견하기 힘들다.
대신 이 기간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으로 대표되는 차익실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론스타는 최근 부동산쪽에서도 이전과 달리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론스타의 부동산 투자부문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론스타가 과거 투자했던 국내 대형 부동산을 대부분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그레이켄 "더 투자할 수도" 의욕 보였지만.. = 물론, 론스타는 공개적으로는 아직 한국에 투자에 대한 의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존 그레이켄 회장은 올해 4월 방한 기자회견에서 "외환은행 매각은 한국에서 떠나는 것이 아니며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고 검찰의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8월말에는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의 리스회사나 건설회사 또는 다른 은행을 사들일 수도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론스타 코리아측도 "유회원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며 외관상 수사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정당국과 국민정서에 '찍힐대로 찍힌' 론스타가 만약 임원의 구속에 이어 유죄판결까지 가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사법절차에서 벗어나도 한국에서 금융관계 사업 등을 벌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금융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지난 7월 론스타의 얼마 남지않은 '물건'인 극동건설의 재상장설이 주식시장에 불거졌던 것도 이런 전망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미 배당 등을 통해 상당한 투자자금을 회수한 론스타가 일본에서 매입기업의 기업공개를 통해 재미를 본 것처럼 극동건설에서도 매각을 위한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1990년대 말부터 크게 움직였던 '벌처펀드'들은 속성상 위기 직후가 최고의 사냥철"이라며 최근 사모펀드들이 쓸만한 먹잇감을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점도 론스타의 한국사업 축소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