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후티반군 '국제테러단체'로 재지정…후티 "공격 계속될 것"

미국내 자산동결·美입국 금지…“국제 운송 겨냥 공격 중단 압박”

백악관 "홍해·아덴만에 대한 공격 중단시 결정 재고"

후티반군 “테러단체 재지정 영향 없어…공격 계속될 것”

미국이 홍해에서 국제 해상 운송을 공격해 온 친(親)이란 세력 예멘 후티 반군을 '국제테러단체'로 재지정했다. 반군의 자금줄과 무기 공급을 막고 공격 중단을 압박하기 위한 방침이지만 후티 반군 측은 "이에 따른 영향은 없다"며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예멘 후티 반군을 행정명령 13224호에 근거해 '국제테러단체(Specially Designated Global Terrorist·SDGT)'로 재지정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 금융기관은 후티 반군의 자금을 동결하게 되며 후티 대원들은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지정은 후티 반군에 대한 테러 자금 지원을 억제하고 금융 시장에 대한 이들의 접근을 더욱 제한하며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중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후티 반군이 홍해와 아덴만에서 공격을 중단할 시 미국은 즉시 이 지정을 재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21년 후티 반군을 SDGT 목록에서 제외한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를 뒤집는 것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예멘을 대규모 기근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유엔과 구호단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덴공항 폭탄 공격 등 테러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임기 마지막 날인 2021년 1월 19일에 후티 반군을 SDGT와 '외국테러단체(FTO)'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테러단체 지정으로 예멘 국민에 대한 구호품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로 후티 반군을 SDGT와 FTO 목록에서 제외했다.

유엔은 따르면 예멘 인구의 80% 이상이 식량, 안전한 식수, 적절한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발표에 앞서 행정부가 SDGT에 이어 FTO 재지정도 고려했지만, 예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흐름을 위해 이를 재고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BBC에 "당시 (SDGT의) 취소는 국가의 매우 끔찍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인식한 올바른 조치였다"면서도 "후티 반군이 상업용 선박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분쟁의 여파로 시작된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은 중동 지역 내 확전뿐 아니라 무역 차질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지역 내 안보 상황 악화에 따라 글로벌 해운사들이 홍해를 통한 수에즈 운하 운항을 중단하거나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가 아닌 희망봉을 우회할 시 유럽과 아시아 항로는 무려 9,000km 늘어나며 운행 시간도 7~10일 추가된다. 로이터는 이 같은 영향으로 2023년 11월부터 12월까지 세계 무역량이 1.3%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의 불법 공격이 지속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후 지난주 처음으로 예멘 영토 내 후티 반군 거점에 공격을 강행했다. 지난 12일, 미국과 영국은 전투기와 미사일을 사용해 후티 반군의 거점 28곳을 타격했으며 다음 날에도 미국은 단독으로 반군의 레이더 시설을 겨냥, 추가 공습을 시행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은 상선에 대한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도 후티 반군은 미국 회사 소유 컨테이너선 'M/V 지브롤터 이글호'를 겨냥해 지대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후티 반군의 모하메드 압둘살람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테러단체 재지정이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선박과 이스라엘을 향하는 선박의 아라비아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과를 막기 위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