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는 현행 상호출자금지 대상 기업집단 기준인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강연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 방안으로 논의됐던 대안들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는 상호출자 제한규정을 회피하는 악성적 출자행위로 규율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며 "총수일가의 재산증식과 지배력 유지, 경영권 상속, 기업인수시 자금부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에서 최근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 형성된 순환출자는 일정 유예기간 내 해소 의무 부과, 의결권 제한, 적용면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은 또 중핵기업 출자제한 제도와 관련 "출자규제의 대상을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중핵기업으로 한정하는 방안"이라며 "출자집중도가 높은 중핵기업만 출자를 제한하기 때문에 출자여력이 증가하는 등 현행 출총제보다 부담이 완화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출자규제 대상 기업수는 현행 출총제 적용 14개 그룹 소속 343개에서 30개로 줄어든다.
그는 "대규모기업집단의 내.외부견제시스템 등 시장규율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현상은 계열사간 복잡한 순환출자구조에 기인한다"며 "순환출자구조의 개선책을 마련하되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지주회사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병행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출총제는 우리의 특수한 기업집단 체제 아래서 부작용을 억제하는 데 나름대로 일정한 기여를 했으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 개선 효과가 미흡하고 예외가 너무 많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 한계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집단 체제는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며 상당히 유용한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 재벌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순환출자 구조와 총수일가가 5% 지분만으로 계열사 지분 44%를 지렛대로 삼아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지닌 점에서 다른 나라의 기업집단에 비해 폐해 가능성과 실제 폐해가 매우 큰 특수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중핵기업이 순자산의 25%를 넘어 다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핵기업 출총제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그룹의 신규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자체 대안으로 삼고 있다. 기존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해선 10-20년에 걸쳐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용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