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8개·차명폰 4대로 선행매매 범행 사용
재판부 "투자자 신뢰 저해·직업윤리 위반 엄중 처벌"
◆…서울남부지법 사진=연합뉴스
자신이 작성한 리포트를 이용해 주가를 올린 뒤 이를 팔아 9년간 5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정도성)는 18일 자본시장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 A(44)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부당이득 4억9000여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A씨는 2013년 7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증권사 3곳의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면서 미리 사둔 총 22개 종목의 '매수 의견' 조사 분석서를 공개한 뒤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수법으로 4억9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A씨는 선행매매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증권계좌와 휴대전화를 빌려 거래한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은 A씨가 차명계좌 8개, 차명 휴대전화 4대를 이용해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상 공표 종목 매매 제한, 재산적 이해관계 고지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봤다.
A씨는 담당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될 정도로 업계에서 정평이 나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금융당국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3월 퇴사했다.
재판부는 "애널리스트의 '스캘핑'(초단타 매매)은 자본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저해하고 직업윤리에도 위반되므로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초범이고 직장에서 퇴직한 점을 참작했지만, 애널리스트로서 자본시장법이나 회사 내규를 회피하기 위해 지인의 휴대전화와 계좌를 빌렸고 거래 기간 및 부당이익 액수가 적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