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 9월부터 따뜻한 세정의 일환으로 1000만원 미만의 소액불복청구사건 심리에 특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민원인의 이의신청을 일선 세무서 직원이 현지출장 등 적극적 자세로 과세의 오류를 발견, 억울한 세금을 면케 해준 사례가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따뜻한 스토리의 히어로는 영등포세무서 납세자보호실에 근무하는 김경재 조사관(8급, 세무대학 18기).
김 조사관은 거주기간 2년 요건을 채웠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해 1세대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한 한 납세자의 이의신청에 대해 동사무소 지하실까지 직접 뒤져가며 전산오류사실을 밝혀내고, 직권시정조치를 취해 부실과세의 원천을 잘라냈다.
따뜻한 세정의 선봉장으로 꼽힌 김경재 조사관은 <조세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세청의 따뜻한 세정 사례로 선정돼 기분이 좋다”며 “하지만 당시 청구인의 거주사실을 확인해 양도소득세의 부과처분을 취소했을 때의 기분이 더 좋았다”고 소회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김 조사관은 “처음 78세의 할머니께서 찾아와 양도소득세가 750여만원정도 나왔다며 할머니의 딸이 대신 이의신청을 접수해 문제에 관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조사관은 “당시 청구인은 개인사정에 의해 서울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초본상에는 79년 1월 22일 지방으로 갔다가 3일 만인 25일 다시 서울로 이사온 것으로 돼 있는 등 불명확했다”며 “무언가 오류가 있을 것이란 판단아래 관할 동사무소에 직접 확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할동사무소 확인결과 지하서고에 잠자던 28년 전 수기로 작성된 주민등록색인표를 찾아 냈고 이를 전산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기요금, 전화요금, 도시가스영수증 등에 의해 실제 거주사실이 확인되면서 직권시정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김 조사관은 설명했다.
김 조사관은 “시정조치 이후 할머니와 딸이 찾아와 ‘우리가 직접 제출하지도 않은 서류를 확인해서 부당 과세가 안되도록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며 “이 말을 듣고 가장 뿌듯함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김 조사관은 이어 “750여만원은 (국세청 입장에서는)소액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고액일수도 있고 또한 잘못된 과세이기 때문에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세무공무원으로서의 긍지를 느낀다”며 “이번 사례와 같이 적극적인 사실관계 파악 노력 등으로 이뤄진 관련자료들이 위원회를 통해 인정이 되고 납세자가 권리를 회복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일반 상담시에도 세금에 대해 잘 모르는 나이든 소액 납세자들이 상담이후에는 ‘친절히 상담해주고, 좋은 정보를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한마디를 건내곤 하면 업무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김 조사관은 세무공무원으로서의 보람도 보람이지만 고충거리도 털어놓았다. 김 조사관은 “이의신청 또는 불복청구 신청시는 법적 논리를 설명해줘도 납세자들이 억지주장을 내세우며 수긍하지 않거나, 불친절하다고 얘기할 때는 솔직히 힘들다”고 고백했다.
작은 소망도 피력했다. 김 조사관은 “모든 국세공무원들이 ‘따뜻한 세정, 섬기는 자세'를 모토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며 “납세자들이 세무서를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찾아와서 상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이어 “납세자 본인 생각에 부당하거나 잘못 처리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면 포기하지 말고 정황이나 사실관계를 정확히 말해주면 심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당부도 잊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