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행정 따로 '보여주기' 따로 이건 삼가 줬으면 고맙겠다"
"관련 부처 장관도 우리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간단히 하고 갔으면 크게 화 안 났을 것"
"특별재난지역 선포 부탁…尹 '법적 확인, 안 되면 그에 준하는 기준 삼아 도와주겠다'고 말해"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화재 피해를 본 서천특화시장 일부 상인들이 "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정작 피해 상인들에게 한 마디 위로나 어떠한 발언도 없이 사진만 찍고 갔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서천시장 상인회장이 상인들 모두 심신이 아픈 상태라며 '보여주기식'으로 하는 건 삼가 달라고 호소했다.
오일환 서천시장 상인회장은 24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에게 상인회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전해달라'는 질문에 "저희가 지금 몸과 마음도 추운 상태에서 화재 기간 내내 너무 추워서 머리도 하얘질 정도로 아프다"며 "아픈데 행정 따로 '보여주기' 따로 이건 삼가 줬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사퇴 요구'로 충돌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22일) 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수산물특화시장 현장에서 만나 화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서천시장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것이란 기대감에 만남을 기다리며 상인회 사무실에 모여 있었으나, 윤 대통령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상인회 건물 1층에서 상황보고를 받은 후, 2층에서 기다리던 상인들을 만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며 분노했다.
오 회장은 "대통령이 동선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면 저희들도 할 말 없는데 거기에 저희하고 직접적인 관련 부처 장관도 우리에게 위로의 말 같은, 우리가 듣고 싶은 내용 이런 걸 간단히 말하고 갔으면 상인들도 크게 화가 안 났을 것"이라며 "그냥 일괄적으로 모두 살짝 왔다 그냥 가셔서 많이 화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피해 상인들 가운데 경호 인력들을 뚫고 들어가 유일하게 윤 대통령과 10여 초간 대화를 나눴다는 오 회장은 "대통령을 뵙게 됐는데 뵌 과정은 그렇게 순탄치는 않았다"고 했다.
오 회장은 윤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에 대해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대해서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며 "(윤 대통령이) 이걸 법적으로 확인하고 만약에 안 될 경우 그에 준하는 기준을 삼아서 우리한테 도와주겠다 이런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23일 피해 상인들의 항의와 관련해 "김태흠 충남지사의 안내로 상가동 1층에서 피해 상인 대표들을 만나 화재로 인한 고충과 정부에 대한 요청사항을 들었다"며 "현장에서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운 경우에도 이에 준하는 지원을 하는 등 피해 복구에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