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결국 거부권 행사

취임 이후 법안 수로 9번째 거부권 행사

野 "정부가 진상규명 막고, 재난 정쟁화…적반하장 분노"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 임기 중 거부권 행사는 법안 수로는 9건째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결돼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야당의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던 국민의힘은 "이태원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이 아니라, 민주당이 총선을 겨냥한 '이태원 참사 활용법'이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재의에 부쳐진다. 재의 표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의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부결될 경우 법안은 폐기된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다섯 번째, 법안 수로는 9건째다. 그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방송법 개정안·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총 9개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담긴 특별조사위원회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특조위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위원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에서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유가족과 피해자,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겼으나 그렇다고 해서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피해자·유가족에 대한 재정 지원과 심리 안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영구적인 추모 공간을 건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종합 지원 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의 진상규명 요구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보상 운운하며 유가족을 모욕하지 말라. 이런 정부의 태도가 유가족들을 더 치를 떨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원내대변인은 "특조위 구성이 독소조항이라고 강변하는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의 핵심인 진상조사를 빼고 빈껍데기만 남겼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국가의 책임을 거부하고 진상규명을 막으며 재난을 정쟁화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정부와 여당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무책임한 정부의 적반하장에 분노한다"고 맹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