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에…"소련 붕괴 수준의 위기 맞고 있다는 생각"

"연구자들 '카르텔' 단어가 자존심 깎고 애국심 줄어들게 만들어"

"AI 반도체, 중국의 기술력에 따라잡힐 위험 상당히 크다"

"축소·중단되는 연구 과제 속출…협력관계 대학·중소연구소 등 과학자들 피해"

지난달 2일 방송된 PD수첩의 '대통령과 과학입국-2024 R&D 예산 삭감 파동'에서는 올해 R&D 예산 삭감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국가 부도 위기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R&D 예산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지했던 것인데, 지난 8월 정부가 2023년보다 5조 2000억 원 무려 16.6%가 삭감된 예산안을 내놓아 과학계에서는 큰 반발이 이어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작년 7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체계를 통해 이익과 권리를 얻기보다는 카르텔을 구축하여 이권을 나누는 구조를 철저히 타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통신 산업의 과점체계, 과학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정부 R&D 나눠먹기 등 기득권 세력의 부당 이득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해 낱낱이 걷어낼 방침"이라고 했다.

제동국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노조위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카르텔'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저열한 느낌이 있다. 연구자들은 자존심을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이런 단어를 썼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을 깎아 먹고, 애국심을 줄어들게 만드는 요소"라며 "이권에 개입하고 뭔가 비리가 있다고 하는 것에 동의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 25개 정부 출연연구기관…'R&D 예산 삭감'에 가장 큰 타격 받아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25개 정부 출연연구기관은 큰 타격을 받았다.

출연연구원이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연구원을 말한다. 이 중 하나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인공지능을 연구해 한국을 세계적인 정보통신 국가로 이끌어온 기관인데 그동안 연구해온 홀로그램 핵심 기술 개발은 94% 삭감돼 폐지 위기를 맞았고, 인공지능 반도체 응용기술 개발은 75% 삭감됐다고 했다.

이에 제동국 노조위원장은 "AI 반도체는 지금 외국의 유수의 기업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퍼부어서 만들고 있다"며 "출연연에서 그런 것들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이 되어 지금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 중국의 기술력에 따라잡힐 위험이 상당히 크다"고 우려했다.

25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RND 예산은 대부분 삭감되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연구 과제가 속출하고 이들과 협력관계를 맺어온 대학과 중소연구소 등 수많은 과학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연구비가 없다면 가장 큰 걱정은 대학원생들에게 지급할 인건비를 연구 과제에서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만약 연구비가 하나도 없어 대학원생에게 인건비를 줄 수 없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도 올 수 있고, 그런 상황이 두려워진 연구자들은 대학원생을 뽑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준영 전국대학원생노조 수석부지부장은 "16.6% 예산 삭감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국제적으로, 근데 몇 군데에서 예산 삭감 거의 20%대 되는 데들이 보이는데 그런데 보면 여지없이 적어도 한 2~3년 사이에 IMF 같은 통화 위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거 말고 다른 거는 소련 붕괴됐을 때 그때 이 정도 (예산이) 삭감됐다"며 "거의 그러니까 지금 예산 삭감은 윤석열 정부가 소련 붕괴 수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했다.

정부는 당초 R&D 예산안을 전년 대비 16.6%(5조2000억 원) 줄인 25조9000억 원으로 국회에 제출했으나 연구자들의 반발에 최종적으로 정부안보다 6000억원 늘어난 26조5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연 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올해 내년도(2025년) 예산안을 만들 때는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며 "민생을 살찌우는 첨단 산업 구축을 약속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