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해저케이블 경로 지도 올리며 경고
상선 닻에 의해 케이블 손상 가능성 제기
이란, 인프라 파괴보다 사이버 공격 선호
◆…해저 케이블과 잠수부. 사진=연합뉴스
홍해 항행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저 통신케이블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예멘 정부는 후티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인터넷 회선을 포함한 홍해 해저 통신케이블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
후티 반군은 텔레그램에 해저 통신케이블 경로를 표시한 지도를 게시한 후 "모든 대륙을 연결하는 인터넷선들이 홍해의 입구인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지나간다는 점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거래, 전자상거래, 통신 등 데이터를 운반하는 해저케이블은 세계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홍해 해저에는 16개의 주요 통신케이블이 묻혀있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17%를 전송하는 이들 케이블은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통과해 이집트 쪽을 향해 지나간다.
전문가들은 해저 통신케이블에 대한 후티의 물리적 공격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해저 수백ｍ 아래 설치돼 있는 케이블을 절단하려면 심해 잠수정을 투입한 후 거대한 가위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같은 해군력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해저케이블 손상의 3분의 2 이상이 어업활동과 닻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현지 매체들은 후티 반군이 해저케이블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텔레지오그래피의 연구담당 부사장인 티모시 스트롱은 "해저케이블로 연결된 국가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한 번에 모두 제거하려면 매우 정교하고 조직적인 공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후티를 지원하는 이란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란으로서는 기술적으로 어렵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할 수 있어 실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란과 미국 모두 역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저케이블 파괴는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톰 샤프 영국 해군 사령관은 "이란의 군 조직 내에서 해저케이블을 건들 수 있는 잠수함은 본 적이 없다"며 "내 생각엔 허세"라고 잘라 말했다. 예멘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에드먼드 피턴 브라운은 "이란은 세계 선박을 공격하는 작전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할 것"이라며 "인프라 파괴보다 사이버 (공격) 옵션에 의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미국 주도의 후티 공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후티 반군은 서방과의 대치에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BBC는 후티 반군이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