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이사에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한 연구소 소장 임명 논란

광복회 "식민지 근대화론 설파하는 연구소 소장 임명 어처구니없는 일"

박이택 "'반일 종족주의' 저술에 관여한 바 없다"

지난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독립기념관은 지난해 9월 말 기존 이사 5명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이달 1일 박이택 소장을 비롯한 5명을 신규 이사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소장이 소속된 낙성대경제연구소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로 꼽히는 1987년 당시 안병직 서울대학교 교수와 이대근 성균관대학교 교수를 주축으로 설립된 사설 연구기관이다. 지난 2019년 이 연구소 일부 연구진이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펴냈는데, 해당 책에는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제기됐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가 일본의 지배하에서 근대적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도입되고 사회 간접 자본이 확충되는 등 유·무형적 근대 문물이 이식되어 경제·사회·문화·사상에서 폭넓은 변화를 경험하였고, 이것이 광복 이후 한국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이에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로 구성된 광복회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독립기념관 이사에 식민지 근대화론을 설파하는 연구소 소장을 임명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20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일제강점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는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가 소속된 단체로 국민적 비판을 받았던 곳"이라고 언급했다.

또 "낙성대연구소 출신 저자들은 책을 통해 독도를 한국 영토라고 볼 학술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주장까지 하고 대한민국 헌법과 역사, 국가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했다"며 "이런 집단을 이끄는 사람을 독립기념관 이사로 임명하다니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이기를 부정하려고 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순국선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냐"며 "당장 보훈부 장관에게 독립기념관 이사를 교체하도록 지시해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박이택 이사는 20일 국가보훈부를 통해 "일제 식민지 근대화론 옹호나 위안부 강제성 부정, 독도를 한국 영토로 볼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등 '반일 종족주의' 저술에 관여하거나 참여한 바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이사는 "한국인들이 피지배민족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정치적·산업적 계몽을 이루고, 독립국가를 수립하고 선진국의 일원으로 발돋움하는 역사적 과정을 경제사가로서 연구해 왔다"며 "한국의 이와 같은 성취는 독립에 대한 의지와 정신을 함양하여 왔던 독립열사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박이택 이사가 '독립기념관법'등 관련 규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모집공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 및 추천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임명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독립기념관은 독립기념관법 7조에 따라 관장 1명을 포함한 15명 이내 이사와 감사 1명을 둘 수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독립기념관장과 광복회장, 여야 국회의원, 보훈부 담당국장, 감사 등 8명이 당연직이다. 나머지 이사 8명은 독립유공자 후손과 학계 관계자 등 외부 인사 중에서 임원추천위가 복수로 추천하면 보훈부 장관이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