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안업체, 해외 정부·기업 해킹…韓통신사 통화기록 3TB 포함"

아이순, 中 정부기관과 8년간 계약 체결

직원이 온라인에 내부문서 담긴 파일 유출

WP "정부기관과 계약한 보안업체 많을 것"

22일 AP통신에 따르면 중국 보안업체 '아이순'(I-Soon) 직원 2명이 중국 공안부 등 정부기관과 관련된 문서를 온라인에 유출해 중국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월 16일 소스코드 저장소인 '깃허브'에 아이순의 내부 문서가 담긴 파일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상하이에 설립된 아이순은 중국 정부기관과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스파이도구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보안업체다.

이번에 유출된 해당 문서에는 외국의 국가 기관이나 기업 등을 해킹해 수집된 570여 개의 파일과 설명서, 계약서, 마케팅 프레젠테이션, 고객 및 직원 명단 등이 포함됐다. 또 계약서 초안에는 지난 8년간 중국 경찰과 건당 최소 1400달러(약 180만원)부터 최대 80만달러(약 10억원)에 달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해킹 목록에는 표적 대상이 80여 개에 달했다. 한국·인도·홍콩·태국·영국·대만·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최소 20개국 정부기관을 비롯해 홍콩·카자흐스탄·말레이시아·몽골·네팔·대만의 이동통신회사 등 민간기업들도 해당됐다.

특히 유출된 데이터 중에는 인도 이민 관련 데이터(95.2GB)와 한국 이동통신사의 통화기록 3TB, 대만 주요 도로의 매핑 데이터 샘플 459GB 가량이 탈취된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경제부를 해킹하는 것과 관련해선 5만5000달러를 청구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다른 자료에는 2만5000달러(약 3000만 원)를 내면 애플 운영체제(OS)를 뚫고 원격 제어를 통해 데이터를 해커에게 전송시킬 수 있는 서비스도 언급됐으며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해킹해 반(反)정부 게시물을 검열해줄 수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WP는 중국 공안부와 국가안전부, 인민해방군 등 정부 기관을 위해 일하는 아이순과 비슷한 기업들이 매우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독일 마셜펀드의 마레이크 올버그 연구원은 AP에 "중국 정부는 소셜미디어 모니터링과 댓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며 "여론을 통제하고 반정부 정서를 막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게시물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위협 분석업체인 센티넬랩스 분석가들은 "이번 유출은 지금까지 공개된 것 중 가장 구체적인 세부 정보를 제공하며, 중국 사이버 스파이 생태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의 보안회사 멀웨어바이트의 연구원 피터 아른츠는 "이번 유출로 인해 침투한 기관의 철창이 일부 흔들릴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국제 외교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여러 국가의 국가 안보에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