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 보는듯한 반도체 패권 전쟁..."밀리면 회복 쉽지 않아"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증가해 수출은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미국과 일본 등도 반도체 경쟁에 가세하며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종 특성상 한번 밀리면 다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4일 MBC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한 손석우 경제뉴스큐레이터는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7% 증가한 99억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메모리반도체는 108.1% 오른 60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면서 "지난해에 워낙 부진했던 탓에 기저효과도 있지만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AI칩 수요가 늘어나는 등 반도체 수요 구조가 개편되고 있다는 설명.

그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수장이 한국을 찾은 이유도 AI용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손 큐레이터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해 LG전자·삼성전자 등을 만나 협력논의를 진행한 가운데, 메타의 차세대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3'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AI칩 위탁생산 파트너로 삼성전자와 손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올 초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 역시 방한해 삼성전자의 평택 공장을 방문한 바 있다.

아울러 손 큐레이터는 "지금 빅테크 업체들의 트렌드는 자체 AI칩 개발"이라며 "이를 위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고 짚었다. 현재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압도적인 1등이지만, 저커버그가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언급한 만큼 삼성전자에게는 TSMC 독점체제를 깨뜨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실리콘밸리에 반도체 개발을 위한 전용 연구조직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다만 반도체 패권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견제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인텔은 2027년 1.4나노 공정에서 칩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미국 정부도 인텔에 약 10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자국 내 TSMC 공장 건설을 위해 비용의 절반에 이르는 최대 4760억엔을 부담하고 신속한 각종 인허가 처리를 통해 준공을 3년 이상 앞당겼다. 아울러 2공장 역시 최대 7320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손 큐레이터는 "일본은 반도체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여전히 많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어, 일본과 TSMC의 협력은 우리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껄끄러울 것"이라면서 "현재의 치열한 상황은 마치 무협지를 보는 것 같고,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경쟁구도에서 밀리면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