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 소재(지오텍스타일)로 만든 '특수덮개' 제작
과학자, 환경 파괴 우려 대법원에 프로젝트 폐기 요청
◆…훔볼트 빙하에 눈이 녹으면서 8월18일보다 8월27일 사진에서 갈색(토양) 부분이 더 많이 드러났다. 2023년8월18일(좌)와 2023년8월27일(우) 사진=NASA 지구관측소
기후변화로 산악 지대에 남은 '마지막 빙하'를 보호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태양 광선에 빙하가 노출되지 않도록 만든 '특수담요'를 사용하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환경 당국은 최근 안데스 산악지역 메리다주의 시에라 네바다 국립공원 내 훔볼트 빙하(라 코로나)를 덮기 위해 고분자 소재(지오텍스타일)로 만든 '특수덮개'를 제작했다. 해당 덮개는 2.75m×80m 크기의 35개 조각으로 구성돼있으며 조각당 무게는 80㎏에 달한다.
당국은 해당 덮개들을 해발 4900m 높이 정상 부근까지 옮기는 데 공군 헬기 2대와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세계기상기구는 기후 변화가 안데스산맥 북부의 산악 빙하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산악 빙하가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로 베네수엘라를 꼽았다. 베네수엘라의 산악빙하는 현재 4.17km³ 정도다. 10년 전 8.11km³와 비교하면 절반으로 확 줄어든 셈이다.
대부분의 빙하는 극지방에 있지만 중남미 안데스산맥 고지대처럼 고도가 높은 산악지역에도 빙하가 존재한다. 훔볼트 빙하도 그중 하나다. 고지대의 경우 저지대보다 기후 온난화가 더 빠르게 나타나 위도가 높은 지역에 있는 훔볼트 빙하는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019년 11월 12일 촬영된 훔볼트 빙하. 사진=연합뉴스/ 호세 마누엘 로메로 촬영
베네수엘라 로스안데스대학(ULA) 연구팀은 훔볼트 빙하의 경우 과거 최대 4.5㎢에 달했던 면적이 현재 0.02㎢(0.4%)로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2년, 낙관적으로 추정해도 5년 이내에 훔볼트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고문인 훌리오 세사르 센테노 교수는 AFP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는 이미 빙하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곳에 있는 건 얼음 조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빙하로 규정할 수 있는 최소 면적을 0.1㎢로 잡고 있기 때문에 훔볼트 빙하는 '빙하'로 보기 어렵다는 게 센테노 교수의 설명이다.
과학자들은 덮개로 산악빙하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덮개의 성능이 저하돼 다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베네수엘라 대법원에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폐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센테노 교수는 "덮개가 분해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토양에 흡수돼 농작물이나 공기 중으로 이동하고 결국 사람들이 마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엔리케 라 마르카는 "덮개가 희귀종 이끼나 벌새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