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호 문건, 국영기업에 외국산 소프트웨어 대체 지시
美 IT 기술 몰아내려는 '딜리트 A(미국 삭제)'에 집중
중국산 제품 교체에 서방 IT 제조업체 中 시장서 고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기술 박람회. 사진=로이터통신
미국의 대중 제재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미국 정보기술(IT)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내부 문서를 통해 국영기업들에게 2027년까지 미국을 비롯한 외국산 소프트웨어 등의 제품을 자국 제품으로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 9월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가 발행한 해당 문서는 문서의 번호를 따 '79호 문서'라고도 불린다. 매우 민감한 내용이어서 고위 관리, 간부들만 볼 수 있으며 웹사이트에서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국영기업들은 기본적인 사무용 물품부터 공급망 관리까지 비즈니스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국산화 진전 상황을 분기별로 SASAC에 보고해야 한다.
미국 기술을 퇴출하려는 중국 정부의 이같은 노력을 '딜리트 A(Delete A·미국 삭제의 약자)'라고 부른다고 WSJ은 전했다. 10대 산업분야의 기술 자급자족을 목표로 대대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국 정부는 식량, 원자재 및 에너지에 대한 서방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공급망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델,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 시스코 시스템즈 등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의 장비는 중국산 제품으로 교체중이며 이는 기술업체의 중국 점유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소식통은 중국 국영기업들이 중국산 대체품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자국산 구매를 의무적으로 늘려왔다고 전했다. 6년 전만 해도 정부 입찰에서 외국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선호됐지만 지난해부터 중국산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2006년 중국과의 기술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의 한 전직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는 WSJ에 "중국은 우유와 꿀이 흐르는 땅이었다"며 "지금은 기회가 사라진 느낌이다. (미국) 기업들은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