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할 것을 알았을 때 협상할 용기 있어야"
"협상은 항복 아냐...평화협상 테이블 나와야"
바티칸 "백기 언급한 것은 '휴전과 협상' 의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통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려면 '백기 투항'의 용기를 가지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백기'라는 단어를 두고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제안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프란치스코 교황이 스위스 방송사 RSI와 인터뷰한 사전 녹취록과 일부 영상이 이날 공개됐다. 인터뷰 방송은 오는 20일에 방영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터뷰에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일 오후 7시에 600명이 피신해 있는 가자지구 성가정본당에 전화를 걸어 기도한다며 "전쟁은 광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가자지구 주민들은 제게 자신들이 목격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전쟁을 일으키려면 한쪽이 아닌 둘이 필요하다. 전쟁을 일으킨 양쪽이 가장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가 기념행사에서 평화에 대해 연설한 후 비둘기를 풀어주면 성 베드로 광장에 있던 까마귀가 비둘기를 낚아채서 날아가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정말 가혹하다"며 "이것이 전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전쟁을 중단하려면 양측이 평화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강한 사람은 현 상황을 직시하고 국민을 생각하며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협상은 결코 항복이 아니다. 자신이 패배하고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협상을 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협상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거에도 협상의 필요성에 대해 거론한 적은 있었지만 '백기', '패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백기'표현이 논란이 일자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교황이 항복의 상징인 '백기'를 언급한 것은 '휴전과 협상'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교황의 희망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