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는 성격유형일 수도…심하면 장애
성인 ADHD 증상, 다혈질적이고 충동적
예수 제자 베드로와 조선의 천재작가 허균
베드로, 행동이 생각보다 늘 앞서는 사람
허균의 MBTI? ENFP…불여세합(不與世合)
◆…한국ADHD협회 이성직 박사가 조세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세일보 임민원 사진 기자]
한국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협회 이성직 박사는 "ADHD가 신종 정신장애라기 보다는 일종의 성격유형일 수 있다"라며 "ADHD 증상으로 인한 어려움은 개인마다 정도가 천차만별이고 개인의 지능과 사회적지지 정도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수준이 다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명인 베드로와 조선시대 천재 작가 허균이 전형적인 성인 ADHD 특성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 박사는 베드로에 대해 "정이 많으면서 다혈질적이고 충동적인 인물로 예수의 부활 사건 후 열두 제자 가운데 가장 열성적으로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를 하게 된다. 감히 스승인 예수처럼 죽을 수 없다며 거꾸로 매달려 죽임을 당한, 과잉행동과 충동성 유형의 전형적인 ADHD 성인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균에 대해 "기존의 엄중한 성리학적 가치의 틀 속에서 표리부동하게 살아가는 것이 허균에게는 위선으로 보였을 것이다. 시대적으로 볼 때 이단아이자 자유주의자 그리고 급진개혁가의 면모가 그의 글과 책에서 표출되고 있다"라며 "파란만장하고 일탈적인 행동과 이상주의적인 철학은 전형적인 ADHD 성향과 비슷한 부분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국ADHD협회 이성직 박사가 조세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세일보 임민원 사진 기자]
이하 이 박사 인터뷰 전문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기질의 성인
ADHD 성인의 유병률은 국내에도 약 5%정도 추정하고 있다. ADHD는 최근에 생긴 신종 정신장애라기 보다는 일종의 성격유형일 수 있지만, 심할 경우 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부주의로 인해 물건이나 약속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을 잊어버릴 수 있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인해 실수와 타인들과 갈등을 경험할 수 있고 후회할 수 있다. 통상 ADHD 진단을 받을 정도이면 이러한 어려움을 유년기부터 성인기까지 늘 경험할 소지가 크다.
ADHD 증상으로 인한 어려움은 개인마다 정도가 천차만별이고 개인의 지능과 사회적지지 정도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수준이 다 다르다. 중증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 유년기 이후부터 반복적인 실수와 주변의 비난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고 불안과 우울감으로 살아갈 소지가 크다. 반면에 지능 수준과 고학력의 경우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여 타인보다 두 세배 노력하면서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잘 알려진 대기업의 CEO들이 ADHD 성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인물로 리처드 브랜슨 경은 영국의 기업가로, 버진 그룹의 회장으로서 회사를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저가 항공사인 Jet Blue의 창업주인 데이비드 닐먼이 ADHD를 가진 CEO이다. 항공권을 자주 잃어버리는 바람에 그가 전자 항공권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오늘은 과거 역사적 인물 가운데 전형적인 성인 ADHD 특성을 보이는 두 사람을 소개하겠다.
성경 속의 인물: 시몬 베드로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베드로가 전형적인 ADHD 성인이다. 그는 정이 많고 다혈질적이고 충동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행동이 생각보다 늘 앞서는 사람으로 예수께서 그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쓰겠다고 하자 바로 본업인 어부 일을 그만두고 예수를 따라 나선다.
한밤중에 갈릴리 호수를 걸어오는 예수를 보고 바로 물에 뛰어든 제자도 그였다. 로마 병사가 예수를 체포하러 왔을 때, 칼로 대제사장의 종 말고의 귀를 자르기도 한다.
예수께서 체포되던 날 밤, 예수께서 닭이 울기 전에 베드로가 자신을 세 번 부인을 할 것이라 예언한다. 이에 베드로는 강하게 부인하였지만, 실제 예수의 예언대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예수의 일행이 아니냐는 질문에 강하게 세 번을 부인하고 닭이 울게 된다. 비겁한 자신의 행동에 베드로는 통곡을 하게 된다.
부활한 예수가 해변가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바로 바닷물에 뛰어들어 헤엄쳐 나가기도 한다. 겁도 많고 충동적이며 미숙해 보이지만 예수께서는 그가 반석의 역할을 할거라 알고 있었고, 그를 위로하고 큰 사명을 부여한다.
충동적이고 사려 깊지 못해 보이는 베드로는 예수의 부활 사건 후 열두 제자 가운데 가장 열성적으로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를 하게 된다. 감히 스승인 예수처럼 죽을 수 없다고 하면서 거꾸로 매달려 죽임을 당한다. 과잉행동과 충동성 유형의 전형적인 ADHD 성인의 모습이다.
충동적인 행동은 주어진 상황에서 전후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게 된다. 하지만 예수께서 붙여준 닉네임처럼 반석 같은 단단한 믿음으로 예수께서 부탁한 사명을 감당하면서 초대 교회 성장의 주역이 된다. 무지한 어부로서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한 삶을 살다가 간 인물이다.
허균: 조선의 천재 작가이자 개혁가, 자유주의자
한 마디로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여섯 번이나 벼슬에서 쫓겨나고 세 번의 유배 생활을 하는 파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1599년 황해도 도사로 승진해 해주로 갔다. 서울기생을 끌어들였다는 탄핵을 받고 파직된다. 1600년에 예조정랑으로 다시 임명됐다. 1607년 삼척 부사에 임명되었는데 불교 신봉을 이유로 파직됐다. 이후 다시 공주 목사에 임명됐는데 암행어사가 성품이 경박하고 품행이 무절제하다고 보고하여 다시 파직됐다.
1610년 병으로 천추사를 사퇴했다가 사헌부 탄핵을 받았고, 나주 목사에 임명됐다가 곧 취소되기도 했다. 전시 대독관을 맡았는데 조카와 조카 사위를 급제시켰다는 혐의로 탄핵을 받고 전라도 함열현으로 유배를 간다. 1614년 다시 호조참의로 임명된다.
사람의 도리나 행실과 수양의 덕에 초점을 둔 조선사회 주류적 관점에서 볼 때 허균의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언행은 탄핵과 비난의 주된 먹잇감이 되었다. 다방면에 관심과 편견 없는 그의 개방적 태도는 승려나 서얼 등 신분에 차별을 두지 않고 교류하였다.
기생들과의 경험에 대한 노골적인 기술, 성적 유희에 대해 하늘이 준 본성이라 당당히 말하면서 비난의 개의치 않은 자세는 더욱 미움을 받게 되고 파직의 원인이 되었지만, 동시에 천재적인 재능으로 인해 복직하게 된다.
허균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문제 인식과 반성의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나온다. 첫 번째로 '사불가진'이란 경문(경고의 글)에 나타나 있다.
事不可使盡 勢不可倚盡(사불가사진 세불가의진)
言不可道盡 福不可享盡(언불가도진 복불가향진)
세상의 일은 끝장 보려고 하지 말고
기세 좋다고 끝까지 의지하려 하지 말고
말이란 것은 끝까지 다 해버리지 말고
복이라는 것은 끝까지 다 누리려 하지 말라
절제와 중용의 미덕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인도 자신의 문제 행동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의 성정에 대한 성찰적인 사유는 그의 해명문(자신의 운명을 풀이한 글)의 글귀에서도 나타난다. 다음은 일부 내용의 발췌문이다.
참으로 나의 운명 곤궁하도다 / 信我命兮厄窮
금이 목을 치려 하니 / 金欲攻木兮
몸이 항상 허약하고 / 身常弱羸
신수가 텅 비었어라 / 數之空兮
꾀하는 일마다 이루지 못하네 / 謀事而常不克遂
말을 함부로 하여 남들과 저촉하니 / 恣口業兮觸人
이 또한 마갈이 빌미가 되었구나 / 亦磨蝎兮爲祟
허균은 스스로 자신을 세상과 화합하지 못하는 '불여세합(不與世合)' 한다고 했다.
"성격이 제멋대로여서 세상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꾸짖고, 떼를 지어 배척하므로 집에는 찾아오는 이 없고, 밖에 나가도 찾아갈 만한 곳이 없다." 라고 자조적인 독백을 한다. 허균 자신도 자신의 성정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허균은 시대를 앞서간 위인이지만, 자신의 성정에 대해서 후회하고 타산지석을 삼도록 권고하고 있다.
가설이지만 허균의 MBTI 유형이 ENFP로 보인다. 성격적인 특성으로 새롭게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열정적, 자율적이며 감수성이 풍부하다. 인간 중심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고기능 ADHD 성인들의 경우 머리도 좋지만, 자극 추구 성향이 높아서 다양한 경험에 대해 개방적이고 반복적인 일에 쉽게 싫증을 내기 쉽다.
이런 성정이 자신의 삶을 파란만장하게 만든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성격은 대인관계에서 옳고 그름에 논리보다는 인간적인 가치나 정에 의해서 판단하기 쉽다. 그리고 생활방식으로 틀에 얽매이는 삶을 생리적으로 거부하고, 소위 말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길 바란다.
기존의 엄중한 성리학적 가치의 틀 속에서 표리부동하게 살아가는 것이 허균에게는 위선으로 보였을 것이다. 허균의 일탈적인 행동과 방종은 한편 기득권에 대한 반항과 저항의 표현일 수 있다. 시대적으로 볼 때 이단아이자 자유주의자 그리고 급진개혁가의 면모가 그의 글과 책에서 표출되고 있다.
'호민론' '유재론' '홍길동전'에서 시대적인 부조리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거침없는 '시대적 괴물'이었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절절히 묻어나는 그의 외로움은 연민의 정을 낳게 한다.
인간에게는 양면성이 아니라 다면성이 존재한다.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과 일탈 행동 그리고 비윤리적인 행동(반항하는 자기), 동시에 문학가로서의 자유분방한 사유체계와 시도(창조적인 자기),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성찰적인 자기의 모습도 공존한다.
허균의 이러한 파란만장하고 일탈적인 행동과 이상주의적인 철학은 전형적인 ADHD 성향과 비슷한 부분을 보인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따르지 않고 일명 게임 체인저가 되고 싶은 성향이다. 역사의 발전은 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새로운 게임 체인져들이 만들어온 듯 하다.
